인간의 꿈은 동물로 가득 차 있다. 우리 문화에서 아무 의미도 없고 어수선하기만 하여 웃음거리로 치부되는 꿈을 일컬어 개꿈이라고 한다. 개가 상징하는 하잘것없고 우스꽝스러운 것의 의미를 담았다. 꿈 속 동물의 상징은 문화마다 좀 다르다. 서양 문화에서 일반적으로 늑대는 인간이 가진 공포를 드러내는 상징이지만, 북아메리카 토착민에게 꿈속에서 만나는 늑대는 지혜와 치유의 힘을 가진 강력한 존재를 의미한다. 러시아인에게 개는 친구를 의미하기 때문에 꿈속에서 큰 개를 보면 좋은 친구를 만난다는 예견이고, 그런 개가 공격을 해온다면 불행이 찾아온다는 의미이다. 반면에 꿈속에서 늑대를 본다면 외로움에 처하거나 가혹한 적을 만날 상황을 경고한다. 궁금해졌다. 그럼 개와 늑대의 꿈에서 인간은 어떤 의미일까?

 ◇그 동물들은 편안히 자고 있었을까? 

화가에게 뛰어오고 있는 개 한 마리를 그린 작은 그림. 그가 잡아낸 동물의 생동감 있는 움직임에서 화가와 개 사이의 반가움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린 사람은 독일 표현주의 거장이자 청기사파(The Blue Rider)의 기수인 프란츠 마르크(Franz Marc)이고, 개는 슐리크(Schlick)다.

뛰어오는 개 슐리크(1908). 프란츠 마르크

프란츠 마르크는 자연 상태에 있는 동물을 주제로 즐겨 그림을 그렸고 그 속에서 위안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동물이 어떻게 세상을 보는지 궁금해 했다. 그에게는 동물이 어떻게 세상을 인식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동물의 영혼 안으로 들어가 보려고 하지 않는 인간들이 맘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인간이 예술 작품 속에서 너무나도 빈약한 상상력으로 영혼 없이 인간이 익숙한 풍경에 동물을 꽂아 넣는다고 비판했다. 다른 예술가들이 그랬듯 동물을 그리기 위해 마르크는 동물의 해부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적인 묘사가 동물의 영혼을 표현하지는 못한다고 여겼다. 그의 그림 안의 동물들은 그의 표현주의적 기법에 실려 파랑, 노랑, 빨강의 단순화된 형태로 표현된다. 그의 작품 ‘꿈(1912)’ 속에는 잠든 여인을 둘러싸고 동물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가 이상적으로 생각한 인간의 세상과 동물의 세상이 꿈속에서 만났다.

꿈(1912). 프란츠 마르크

그의 그림 속에서 잠든 동물들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잠자는 동물들(1913)’에는 그가 좋아하는 동물인 푸른 빛의 말 두 마리가 붉고 노란 풍경을 뒤로하고 누워 있다. 아마도 화가가 색으로 상징한 따뜻함과 열정을 함께 꿈꾸고 있는 듯 보인다. ‘고양이(1913)’가 담고 있는 두 마리의 살찐 고양이는 너무나 태평하게 자고 있다. 이들을 감싸고 있는 햇빛과 작가의 눈길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하루의 대부분을 자면서 보내는 고양이가 자는 모습은 하루 종일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중독성이 있다. 그 ‘얌전하고 발톱을 드러내지 않은 자태와 다리와 몸통에 감겨 있는 꼬리’는 다분히 시적인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했다. 칠레의 파블로 네루다는 몸은 누워 있지만 어딘가 다른 시간과 공간을 휘젓고 다니는 고양이를 상상했다. 우리와 정서적인 교류가 있는 가까운 동물들이 자는 모습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사실 자연 상태라면 동물이 인간에게 잠든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인간에게 경계심을 풀고 자는 모습을 공개할 동물이 얼마나 있을까? 그래서 더 큰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우리에게 동물은 자신들이 꾸는 꿈의 세계를 보여줄 수 있을까?

고양이(1910). 프란츠 마르크
잠자는 동물들. 프란츠 마르크
 ◇동물의 꿈에 대한 설명 

동물이 감각적인 영혼만 소유했을 뿐, 인간과 같은 이성을 가지지는 못했다고 생각한 아리스토텔레스도 말이나 개나 소, 양 같은 동물들은 꿈을 꾼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 예로 개가 자면서 짖는 것이 꿈을 꾸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의 이런 생각은 꿈을 신의 영역에서 자연의 영역으로 끌어내리는데 증거로 쓰이긴 했다. 하지만 철학자들이 복잡한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서 꿈을 논할 때 동물의 꿈은 주제가 아니었다. 인간의 꿈을 꾸었다는 것을 인식하는 건 꿈에서 깨어 그 꿈을 묘사할 때나 가능한 것이니 말이다. 심리학에서 다루는 무의식의 상징으로서의 꿈에도 상징을 사용할 턱이 없는 동물이 끼어들 틈은 거의 없었다. 사실,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동물이 어떤 꿈을 꾸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다만, 모든 꿈이 욕망의 실현이라면 동물은 먹을 것을 꿈 꿀 거라는 간략한 추론을 내기는 했다. 진화론자인 다윈(Charles Darwin)은 당연히 새를 포함해 고등동물은 꿈을 꾼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랬던 것처럼 꿈을 꾸는 동물들의 움직임이나 이들이 내는 소리로 동물이 꿈을 꾸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고 했다.

꿈을 생리적인 활동으로 분석하는 과학자들은 수면의 단계 중 REM(급속안구운동) 단계에서 꿈으로 추정되는 활동이 발생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대부분의 포유동물은 REM 수면 상태를 겪는다. 그러니까 동물도 꿈을 꾼다고 가정할 수 있다. 꿈을 꾸는 동안 근육은 움직이지 못한다. 아마도 수면 중에 움직여서 다치는 것을 방지하는 기전이라고 해석된다. 한 실험에서 REM 수면 상태 근육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뇌의 부위를 제거하자 고양이는 걷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보였다. 물론 자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최근 뇌과학자들은 동물들이 REM 수면 상태에서 이미지를 본다는 것을 밝혀냈다. 아마도 이들의 꿈은 이미지로 채워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사람이 감각의 세계에서 축적한 이미지를 사용하듯 동물들도 일상에서 보고 경험한 이미지와 움직임을 꿈속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재현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인간의 꿈을 재현하거나 인간이 꿈꾸는 이유를 명확하게 알 수 없는 것처럼,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의 꿈의 기전 역시 짐작하고 추측할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가끔 이들이 어떤 꿈을 꾸는지 알 수도 있을 것만 같다.

 ◇개의 꿈을 이해하는 자 

인류학자 에두아르도 콘(Eduardo Kohn)은 ‘숲은 생각한다’에서 그가 함께 지내며 연구했던 아빌라 마을에서 배운 개의 꿈을 해석하는 사례를 소개한다. 이 곳의 주민인 루나족에게 있어 존재에서 떨어져 나온 혼들은 다른 존재들과 소통할 수 있고, 그래서 꿈은 대개 만남을 이야기하는 틀이다. 루나 족의 설명대로라면 개는 자면서 꿈을 꾸고, 그 꿈속에서 다른 동물을 사냥하거나 재규어에게 쫓기는 상황에 처하면 각기 다른 소리로 짖기 때문에 인간을 이들이 무슨 꿈을 꾸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꿈은 다음 날의 일을 예견한다. 인간과 가장 심도 깊은 소통이 되는 동물인 개가, 꿈을 꾸고, 스스로의 미래를 예견하고, 또 그 꿈을 인간이 이해하는 이들의 삶은 너무 자연스럽게 인간만의 의식과 기억을 가둔 경계를 무너뜨린다. 불행히도 학자가 연구하는 동안 개들이 재규어에게 모두 물려 죽는 일이 발생했다. 하지만 전날 밤, 이 개들은 꿈을 꾸지 않고 잠만 잤던 터라 주인은 죽음을 예견할 수도 없었고, 혼란스러워 한다. 하지만 그 혼란은 또한 원래 죽음이란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또 다른 깨달음으로 마무리된다.

 ◇부디 좋은 꿈을 꾸길 

동물들이 경험한 것을 꿈속에서 재현하거나 욕망을 좇을 수 있다는 것은 사실 무섭게 느껴진다. 현실에서 겪는 일이 행복한 경험만은 아닐 테니 말이다. 왜 거위의 꿈에 옥수수 알갱이만 나오고, 고양이 꿈에 쥐만 나온다고 생각하는가? 거기엔 인간도 있을 것이 분명하다. 따뜻하고 좋은 기억과 이미지만 있을 턱이 없다. 이들이 상징을 사용한다면 인간은 결코 좋은 상징은 못될 것 같다.

내 고양이는 자면서 가끔 움찔거리거나 소리를 내곤 한다. 가만히 흔들어 깨우면 흠칫 놀라며 일어난다. 사람이 가위에 눌리는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가위에 눌린다는 건 REM 수면 상태에서 이완되어 있는 근육이 아직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 있는, 일종의 마비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다. 다른 동물들처럼 아마도 내 고양이 역시 꿈을 꾸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녀석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상태에서 지하차도에 웅크리고 있다가 구조됐다. 다리를 잘 못써서 많이 움직이지 못한 탓에 다른 형제들을 따라 도로로 들어서지 못했고, 그 덕에 살아 남았다. 혹시라도 차가 달리고 어둡고 무시무시했던 당시의 상황이 내 고양이의 ‘무의식’에 남아 가위눌림의 원인이 되는 건 아닐까 하여 안쓰러운 것은 ‘비과학적인’ 집사의 기우였으면 좋겠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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