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서 단독 2위에 오른 류현진이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메이저리그에서 아시아 출신 최초로 평균자책점 1위와 사이영상 1위표를 획득한 류현진(32ㆍLA 다저스)이 14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도, 노모 히데오와 다르빗슈 유 등 우수한 일본 투수들도, 대만의 왕젠밍도 이루지 못한 영예를 올 한해 모두 누린 류현진은 귀국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전체적으로 시즌을 잘 마친 것 같다”며 “(100점 만점에) 99점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성적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1점을 뺀 이유에 대해선 “8월에 살짝 안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은 이날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가 발표한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발표에서 1위표 1장, 2위표 10장, 3위표 8장, 4위표 7장, 5위표 3장으로 총 88점을 얻어 2위에 올랐다. 1위는 1위표 29장, 2위표 1장을 받아 207점을 기록한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이 2년 연속 영예를 안았다. 사이영상 투표 결과에 대해 류현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신경도 안 썼다”며 “1위표를 받아 기분은 좋다. 더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사이영상은 BBWAA 회원 30명의 투표로 정한다. 기자 한 명당 1위부터 5위까지 투수 5명을 뽑는데 1위표 7점, 2위표 4점, 3위표 3점, 4위표 2점, 5위표 1점으로 계산해 합산 점수로 순위를 가린다. 투표는 정규시즌 종료 후 진행됐고, 포스트시즌 성적은 반영하지 않는다.

올 시즌 류현진은 29경기에 선발 등판해 14승5패 평균자책점 2.32, 182.2이닝, 163탈삼진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1.01의 성적표를 남겼다. 특히 투수의 최고 덕목으로 꼽히는 평균자책점은 전체 1위다. 또 올해 다저스의 개막전, 올스타전 선발투수 마운드에 올랐다. 류현진은 “몸 상태가 좋다 보니 기록이 잘 나왔다”며 “몸이 좋지 않았다면 성적도 안 나왔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세부지표에서 앞선 디그롬의 벽을 넘지 못했다. 디그롬은 다승(11승)과 평균자책점(2.43)에서 류현진에게 밀렸을 뿐 이닝(204), 탈삼진(255개), WHIP(0.97) 등에서 우위를 점했다. 2년 연속 내셔널리그 최고 투수로 꼽힌 디그롬은 류현진에게 1위표 한 표를 뺏겨 만장일치 수상엔 실패했다.

30명의 투표인단 중 유일하게 류현진한테 1위표를 던진 기자는 캘리포니아주 지역 언론 ‘오렌지 카운티 레지스터’의 마크 위커다. 위커 기자는 류현진에게 1위표, 디그롬에게 2위표를 던졌다. 디그롬의 만장일치 수상이 무산되자 일부 팬들은 위커 기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판단이 틀렸다’며 맹비난했다. SNS 사칭 계정까지 등장해 ‘난 메츠가 싫다. 다저스 팬이다’라는 허위 글도 올라갔다.

이에 위커 기자는 ‘류현진에게 유일하게 표를 던진 이유’라는 기사를 통해 류현진도 사이영상 수상 자격이 충분하다고 항변했다. 그는 “8월 1일로 돌아가 보자”며 “당시까지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1.45로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 수준의 성적을 거뒀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8월 중순에 투표했다면 류현진은 사이영상은 물론 최우수선수상(MVP)도 거머쥐었을 것”이라며 “류현진이 이후 단 4경기에서 부진했다고 사이영상을 박탈하는 건 과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올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된 류현진은 “FA 계약은 에이전트에게 맡겼다”면서 “계약 기간은 3~4년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신수가 텍사스 구단에 류현진의 영입을 추천했다는 말에 그는 “한국인 선수가 같은 팀에서 뛰면 특별할 것 같다”고 답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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