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1등급 컷 130점대 예상… 문과 수학 변별력 높아져
밝은 표정의 수험생이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4일 오후 시험장인 광주 남구 동아여고를 나서며 마중 나온 가족과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국영수가 모두 어려웠던 지난해 수능과 비교해 전반적으로 평이했다는 평가다. 국어의 경우 지난해 학생들을 괴롭혔던 ‘31번 문항’과 같은 이른바 킬러 문항도 없었고, 지문 길이도 짧아졌다. 절대평가인 영어도 1등급 인원 비율이 5%대였던 지난해 수능과 지난 9월 모의평가에 비해 늘어, 6%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학은 킬러 문항이 다소 쉬워지는 대신 중간 난도의 문항 수가 늘어나는 등 변별력 있게 출제돼 ‘수학’이 올해 대입의 최대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어 “지문길이 짧아져… 지난해보다 쉬워”

올해 수능 국어는 역대 가장 어려웠던 지난해보다 평이하게 출제됐다. 수능 출제경향을 분석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대입상담교사단 소속 김용진 동국대사범대부속여고 교사는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제경향 브리핑에서 “올해 수능 국어는 전년도 수능과 지난 9월 모의평가보다 쉬웠다”며 “특히 전통적으로 학생들의 체감 난도가 높은 독서 지문의 길이가 짧아졌다”고 설명했다. 독서의 인문(베이즈주의자의 인식론), 과학(레트로바이러스) 지문 길이 모두 2,200자~2,300자에서 1,500자~1,600자로 줄었고, 두 지문 모두 EBS 연계 문항이라 수험생에게 익숙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난도 문항(홀수형 기준)으로는 고전시가인 신계영의 ‘월선헌십육경가’ 지문에 딸린 22번과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의 개념을 묻는 40번이 꼽힌다. 김용진 교사는 “월선헌십육경가는 EBS 교재 연계 문항이지만 교재에 수록되지 않은 부분이 포함됐고, 40번은 EBS 연계 문항도 아닌데다가 시간(바젤ⅠㆍⅡㆍⅢ협약)에 따라 달라지는 ‘BIS 비율’의 개념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BIS 비율 관련 문제의 경우 배경지식이 없어도 문제 풀이에 지장이 없도록 해당 지문에서 관련 개념을 충분히 설명했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37~42번 문항이 딸린 BIS 비율 지문만 올해도 2,200여자 길이를 유지했다. 권근의 ‘어촌기’, 김기택의 ‘새’ 등 EBS 교재에 실리지 않았던 문학 작품도 출제됐다.

이날 대입상담교사단은 국어영역 1등급 표준점수 커트라인을 ‘130점대’로 예상했다. 지난해 수능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50점으로 현 수능체제가 도입된 이후 14년만에 가장 높았다. 표준점수 최고점은 시험이 어려우면 높아지고 쉬우면 낮아진다.

◇수학 “킬러 문항 쉬워지고 중난도 문항 수 많아져”

수학은 예년과 같은 3, 4개의 킬러 문항 난도가 낮아지는 대신 중간 난도 문항 수가 늘어나 중위권 학생들의 체감 난도가 높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었던 가형과 달리, 나형은 전년 대비 더 어려워져 올해 대입의 최대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대입상담교사단의 오수석 소명여고 교사는 “올해 수학은 쉬운 문항과 변별력 있는 문항이 특정 단원에 편중되지 않고 여러 단원에 걸쳐 고르게 출제됐다”며 “고난도 문항 수는 줄었지만 중난도 문항 수가 늘면서 중상위권 학생들의 문제풀이 시간이 부족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 수학은 통상 자연계열 학생이 응시하는 가형보다 인문계열 학생이 주로 보는 나형이 상대적으로 더 어려웠다는 평가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문과 대입에서 수학의 변별력이 금년도에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형의 최고난도 문항으로는 삼차함수 실근의 조건과 그래프 개형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풀 수 있는 30번이 꼽혔다. 조만기 판곡고 교사는 “올해 나형 30번은 문제 풀이 과정만 A4용지 2장이 나오는 평소의 30번보다는 쉬웠다”며 “전반적으로 기본 개념과 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면 쉽게 풀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절대평가 영어, 9월 모평보다 쉬워

전문가들은 영어가 지난해보다 쉽게 출제돼 1등급 비율이 최소 6%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영어는 2018학년도부터 절대평가로 전환돼, 10점 단위로 등급이 갈린다. 90점 이상이면 1등급, 80점 이상이면 2등급을 받는 식이다. 그러나 절대평가로 전환된 첫 해인 2018학년도에는 1등급 비율이 10%대였다가 그 다음해에는 5%대로 반 토막이 나면서 ‘난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입상담교사단의 김창묵 경신고 교사는 “이번 수능 영어는 전년도 수능이나 지난 9월 모의평가 대비 다소 쉬웠다”며 “1등급 비율이 모의평가 때보다도 다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수능 영어 1등급 비율은 5.30%, 지난 9월 모의평가 1등급 비율은 5.88%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평가팀장은 “문제 유형은 예년과 대동소이했으나 지문의 주제나 문장, 어휘 등이 쉬워져 지난해보다 문제를 풀기 수월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교사나 입시 전문가들은 문단 순서를 알맞게 배열해야 하는 37번(홀수형 기준) 등 변별력 있는 문항이 2, 3개가량 출제돼 절대평가 전환 첫 해처럼 1, 2등급이 무더기로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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