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에서 ‘결혼’을 검색하면 관련 통계표가 1만5,535건이나 나타난다. 정부가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펼치는 정책도 수없이 많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젊은층은 결혼을 여전히 어려운 선택으로 여긴다. 한국리서치 ‘여론속의여론’팀은 지난달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결혼 인식에 대한 웹조사를 실시했다. 기혼자가 706명, 미혼자는 294명이었다. 기혼자와 미혼자의 응답 비교를 통해 결혼에 대한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살펴봤다.

결혼 연상 단어 : 기혼은 긍정적, 미혼은 부정적

먼저 결혼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물었더니 ‘자녀/아이/아기’(15%), ‘집/내집마련’(12%), ‘행복/즐거움’(8%) 이라고 답한 경우가 많았다. 기혼과 미혼 모두 ‘자녀/아이/아기’와 ‘집/내집마련’이 1,2순위였다. 그러나 3순위는 기혼의 경우 ‘가족/가정’(7%), 미혼은 ‘돈/재산’(12%)으로 차이가 났다. ‘결혼‘하면 떠오르는 단어의 긍정/부정성도 전체적으로는 긍정(25%)과 부정(21%)이 비슷했다. 그러나 기혼 그룹에서는 긍정 키워드(30%), 미혼 그룹에선 부정 키워드(27%)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그림 1)

[저작권 한국일보]‘결혼’하면 떠 오르는 단어/ 강준구 기자/2019-11-15(한국일보)

자녀 : 기혼 “행복 준다”, 미혼 “육아 두려워”

단어 간 연결 관계를 보면 기혼 그룹에선 ‘자녀/아기/아이’라는 단어가 ‘행복’이나 ‘사랑’ 등의 단어와 같이 묶였다. ‘육아/육아부담’은 ‘집/내집마련’, ‘돈/재산’ 등의 단어와 연결됐다. 그러나 미혼 응답자에게선 ‘자녀/아기/아이’ 라는 단어가 ‘집/내집마련’, ‘신혼생활’, ‘돈/재산’ 등과 이어졌다. 결혼 이후 예상되는 현실과 부담을 의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 ‘육아/육아부담’, ‘임신/출산’은 ‘구속/족쇠/노예’, ‘고생/ 괴로움’, ‘절망/지옥/무덤’ 등 부정적인 감성어와 묶였다. 기혼 응답자들은 자녀에게서 행복을 느끼는 가운데 육아를 경제적 부담으로 인식하고 있는 반면, 미혼 응답자들은 자녀와 육아를 결혼 이후 삶의 변화로 연결시키면서 사실상 결혼에 대한 장애물로 여기고 있었다. (그림 2)

[저작권 한국일보]단어 간 연결 관계/ 강준구 기자/2019-11-15(한국일보)

결혼의 장점: 기혼 “자녀”, 미혼 “배우자”

결혼에 대한 기대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결혼의 최대 장점을 물었다. ‘혼자가 아니라는 안정감’(48%)이란 답변이 독보적으로 많았다. 이어 ‘자녀를 얻는 것’(17%), ‘인생에 대한 폭넓은 이해(12%)’, ‘배우자와 함께하는 취미생활’(8%) 등의 순이었다. 특히 ‘자녀를 얻는 것’이란 응답은 연령별 차이가 컸다. 40대 이상에선 17~22%를 기록한 반면 30대 이하에서는 10~12%에 불과했다. 반면 ‘배우자와 함께하는 취미생활’은 40대 이상에선 3~7%를 기록한 데 비해 30대 이하에선 13~15%로 나타났다. 세대별로 결혼을 통해 바라는 게 달라지고 있다. (그림 3)

[저작권 한국일보]결혼의 장점/ 강준구 기자/2019-11-15(한국일보)

경제활동 희망하지만 현실은 기대 못 미쳐

미혼의 경우 결혼 이후에도 ‘경제활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이 75%나 됐다. 그러나 기혼 그룹에서 실제로 결혼 이후 ‘경제활동을 했다’는 응답은 59%로 낮았다. 특히 미혼 여성집단에서 ‘경제활동’을 희망하는 비율(72%)은 기혼 여성집단(37%)보다 35%포인트나 높았다. 임신과 출산, 육아, 남성 대비 낮은 임금, 경력단절 등의 변수로 경제활동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현실을 엿볼 수 있다. (그림 4)

[저작권 한국일보]결혼이후 경제활동희망과 실제/ 강준구 기자/2019-11-15(한국일보)

자녀 계획 : 기혼 10명 중 9명, 미혼 6명

기혼자의 경우 ‘결혼 당시 자녀를 낳을 계획이 있었다’고 답한 비율이 89%, ‘없었다’는 11%였다. 특히 40대 이상(87~94%), 월소득 500만원 이상(94%)에서 긍정적 응답이 높았다. 반면 미혼의 자녀 계획은 ‘낳겠다’는 응답이 57%, ‘낳지 않겠다’가 43%로 큰 차이가 없었다. 미혼 중 자녀를 ‘낳지 않겠다’는 응답은 ‘여성’(55%)과 ‘화이트컬러 직업’(51%)에서 높았다. 출산을 꺼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림 5)

[저작권 한국일보]자녀 계획/ 강준구 기자/2019-11-15(한국일보)

결혼 출산 지원 : 기혼 “도움 된다”, 미혼 “안 된다”

정부의 결혼ㆍ출산 관련 물질적 지원의 도움 정도는 50대50의 비율을 기록했다. 다만 여기서도 기혼과 미혼의 온도차는 있었다. 기혼은 54%가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반면, 미혼은 40%만이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정부의 물질적 지원이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로는 ‘물질적 지원보다 근로환경 개선이 더 시급한 문제이기 때문에’란 답변이 31%로 가장 높았다. ‘물질적 지원보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사회인식 개선이 더 시급한 문제’란 지적도 24%나 됐다.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17%, ‘지원하는 기간이나 금액이 적기 때문에’ 14%, ‘찾아보지 않으면 지원 받기 어렵기 때문에’ 13%가 그 뒤를 이었다. 물질적 지원 자체의 문제 못지않게 물질적 지원과는 다른 유형의 지원 필요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응답은 이번 조사에서 기혼과 미혼의 차이가 없었던 유일한 항목이었다. (그림 6)

[저작권 한국일보]물질적 지원이 도움이 안 되는 이유/ 강준구 기자/2019-11-15(한국일보)

기혼의 결혼행복지표 64점, 미혼의 결혼기대지표 55점

결혼에 대한 기대요인과 실제 만족도를 종합 비교하기 위해 (1)결혼 후 경제활동 (2)자녀 (3)배우자 가족과의 관계가 주는 행복감(보람)과 부담(힘듦) (4)정부의 결혼ㆍ출산 관련 물질적 지원이 주는 도움 여부에 4점 척도(1점 부담이 훨씬 더 크다 ~ 4점 행복이 훨씬 더 크다)로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이를 지표로 환산해 기혼은 ‘결혼행복지표’, 미혼은 ‘결혼기대지표’라고 명명했다. 응답 결과를 보면 결혼행복지표는 100점 만점에 64점, 결혼기대지표는 55점이었다. 결혼행복지표의 소항목 중에선 (2)자녀 행복 지표가 73점으로 가장 높았고, (3)시댁ㆍ처가 관계 행복 지표가 56점으로 가장 낮았다. 결혼기대지표는 (2)자녀 기대 지표가 58점으로 가장 높았고 (1)경제활동 기대 지표가 53점으로 가장 낮았다. 결혼행복지표와 결혼기대지표 소항목 모두에서 기대지표 점수보다 행복지표 점수가 높았다. (그림 7)

[저작권 한국일보]결혼에 대한 만족도/ 강준구 기자/2019-11-15(한국일보)

미혼자는 부모나 기혼 지인의 사례를 바탕으로 기혼이 된 자신을 상상하기 마련이다. 만약 기혼자들이 미혼자들의 미래를 보여주는 거울이라면 이번 조사 결과는 현재 결혼이라는 제도가 미혼자들의 기대보다는 높은 행복감을 줄 것이라는 전망을 보여준다. 그러나 결혼이 선배들에겐 부담보다 큰 행복감을 줬지만 후배들에게는 기대보다 부담으로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실제로 연령이 낮을수록 결혼기대지표의 점수가 낮게 나타났다. 미래세대에겐 이전세대의 행복도 그리 커 보이지 않고, 정부의 물질적 지원도 매력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경제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보다 복합적인 관점에서 결혼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박종경 한국리서치 여론본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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