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경기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2019~20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경기에서는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현대건설 오른쪽 공격수 황연주(33)가 외국인 선수 마야 대신 맹활약하며 그의 오랜 팬들을 열광시켰다.
2, 3세트에 교체 출전하더니 4, 5세트에는 아예 세트 스타팅 멤버로 출전, 9득점하며 팀의 3-2 승리와 리그 단독 2위에 힘을 보탰다. 공격성공률(34.6%)은 40%를 웃돌던 전성기에 비해 조금 떨어졌지만 시원시원한 후위 공격의 위력은 여전했다. 올해 16시즌째를 맞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지만 “오랜만의 출전이라 긴장했다”고 털어놨다. 황연주는 14일 본보 인터뷰에서 “너무 오랜만에 코트에 들어가서 그런지 신선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했다”면서 “최근 후위공격을 많이 안 해봐서 걱정했는데, 팀도 승리하고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기록의 여왕’ 황연주는 V리그 여자배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16시즌 동안 396경기 1,468세트에서 무려 5,426득점(역대 1위)을 기록 중이다. 5,000득점(2017년 12월)은 남녀를 통틀어 황연주가 가장 처음 작성한 기록이다. 이후 팀 동료 양효진(2019년 2월)이 ‘여자부 2호’를 달성했고, 남자부에서는 박철우가 지난해 12월 5,000득점을 돌파(남자부 1호)했다. V리그 1호 신인왕(2005년)도, 1호 트리플크라운(백어택ㆍ블로킹ㆍ서브 각 3점 이상ㆍ2006년 1월 7일)도 모두 황연주가 가지고 있다.
수많은 개인 기록 보유자지만 그 가운데 후위공격과 서브에 가장 애착이 간다고 했다. 황연주는 현재 후위공격득점(1,172점)과 서브득점(440점)에서도 역대 통산 1위다. 특히 서브는 2위 김희진(28ㆍ기업은행ㆍ289점)보다 한참 앞선다. 그는 “신인 시절, 팬들에게 황연주를 알린 것이 후위 공격과 서브였다”면서 “다른 기록도 좋지만, 이 기록이 좀 더 소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황연주는 코트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지난 시즌 중반부터 출전 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올 시즌엔 아예 주전으로도 나서지 못했다. 지난해 외국인 선수의 갑작스러운 교체로 황연주가 리시브를 전담하는 상황이 됐고, 이 과정에서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공ㆍ수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올 시즌 V리그에서도 이 경기 전까지 2경기에 교체 선수로 잠깐 출전해 3번의 공격(무득점)을 한 것이 전부다. 황연주는 “체력이나 기량의 문제는 아니다”면서 “외국인 선수와 포지션(오른쪽 공격수)이 겹쳐 주전에서 제외된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컨디션은 더 좋아졌다고 했다. “주전보다 연습량이 조금 적다 보니, 무릎과 어깨 등 고질적으로 괴롭히던 부상 통증이 한결 나아졌다”는 게 황연주의 설명이다.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 역시 “향후 마야와 번갈아 투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연주는 “마야는 연습 때도 여전히 힘이 좋다. 시즌을 거듭하면서 더 컨디션이 올라올 것”이라면서 “다만, 마야가 부담을 느끼고 안 풀릴 때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경기 투입 기회가 줄어들면서 “코트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됐다”고 했다. 황연주는 “선수 대기석에 있어도 여전히 많은 팬들이 응원해 주신다. 너무 감사하다”면서 “한번이라도 더 코트를 밟고 좋은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