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섬 번화가인 센트럴에 바리케이드로 쳐놓은 쓰레기가 흉물스럽게 도로 한복판을 가득 메운 가운데 수천 명의 직장인들이 14일 오후 거리로 쏟아져 나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홍콩의 도시 기능이 또다시 마비됐다. 지난 11일 시위대를 향한 경찰의 실탄 발사 이후 나흘째다. 학교는 문을 닫고, 도로는 끊기고, 10대 소년과 70대 노인이 각각 경찰과 시위대의 공격에 쓰러져 곳곳이 피로 얼룩졌다. 도심 시가전과 대학 캠퍼스 진지전을 넘나드는 혼란과 충돌이 계속되자 중국은 연일 무력개입을 촉구하며 경고 수위를 높였다.

홍콩 교육 당국은 14일 “모든 유치원과 초ㆍ중ㆍ고교에 17일까지 휴교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시위 본격화 이후 당국의 전면 휴교령은 처음이다. 경찰의 실탄 총격에 반발해 시위대가 방어와 보급에 용이한 캠퍼스를 거점으로 요새를 구축하면서 전쟁터로 변한 대부분의 대학은 이미 수업을 중단하고 조기 종강한 상태다. 이에 한국인 1,600여명을 포함, 홍콩 8개 대학에 다니는 전 세계 1만8,000여 유학생 다수가 서둘러 귀국길에 오르고 있다.

시위대는 이날도 ‘여명(黎明) 행동’에 나섰다. 동이 틀 때부터 대중교통 운행을 방해하며 공권력에 맞서는 시위 방식이다. 시위대가 중문대 캠퍼스를 잇는 다리를 점거하고 아래로 돌을 던져 토로 고속도로 차량 운행이 중단됐고, 홍콩섬과 카오룽반도를 잇는 크로스하버 터널은 시위대가 바리케이드를 치고 화염병을 던져 폐쇄됐다. 경찰은 12일 중문대에서 하루 기준으로 최대 분량인 1,576개의 최루탄과 1,312개의 고무탄을 퍼부으며 물량 공세에 나섰지만 시위대를 제압하지 못했다.

오후에는 홍콩섬의 센트럴과 타이쿠 등 번화가에서 수천 명의 직장인이 거리로 나와 반정부 시위를 이틀째 이어갔다. 65개 버스 노선 운행도 중단됐다. 다만 홍콩 교통의 핵심인 지하철 선로와 역사의 경우 상당수가 정상 가동돼, 최소 25곳 이상의 역사가 폐쇄되면서 사실상 셧다운으로 치달았던 12일에 비하면 호전된 모습이었다.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이 격화하면서 인명 피해도 잇따랐다. 13일 밤 틴수이와이 지역에서는 시위 현장을 지나던 15세 소년이 최루탄에 맞아 중태에 빠졌고, 성수이에서는 시위대가 던진 벽돌에 70세 노인이 맞아 위독한 상태다. 또 콰이청에서는 검은 옷을 입은 30세 남성이 건물에서 떨어져 숨졌다. 경찰은 명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할 예정이다. 지난 8일 대학생 차우츠록(周梓樂)씨가 경찰의 진압을 피해 도망가다 추락사하면서 시위대를 자극한 만큼, 부검 결과에 따라 시위 양상이 다시 요동칠 수도 있다. 이외 중문대 시위에서 4명이 크게 다쳐 위중한 상태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4일 전했다.

이처럼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치닫자 홍콩과 중국 정부는 극약처방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매튜 청(張建宗) 정무부총리는 14일 “전날 밤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 주재 긴급회의에서 위기 해소방안을 논의했다”며 “교통이 끊기고 시위대가 돌을 던지는데 24일 선거가 제대로 치러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지난달 복면금지법 시행에 이어 통행금지, 인터넷 차단 등 긴급법 적용을 확대하고 구의원 선거도 연기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 소식통은 야간 통행금지를 하거나 계엄령을 발동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같은 날 트위터 영문 계정에 “홍콩 정부가 주말 통행 금지령을 선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글을 올리고 잠시 후 돌연 삭제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은 개입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관영 CCTV는 “홍콩에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폭도들의 쇼는 충분하다, 이제 개입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타임스는 홍콩과 인접한 광둥(廣東)성 선전이 경찰 2,500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소식을 보도하면서 “필요할 경우 선전이 이웃한 홍콩의 시위사태를 진압하는데 경찰력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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