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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과 북한의 국호로 들여다본 분단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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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과 북한의 국호로 들여다본 분단의 역사

입력
2019.11.14 17:1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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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합의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후 합의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반만년의 역사를 공유하고, 한민족이라는 당위를 강조하면서도 남북한의 국호는 유별나게 이질적이다. 같은 분단국가라 해도 중국, 베트남, 독일 등에선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다. 이들은 영어 표기뿐 아니라 자국어 표기에서도 민족적 칭호를 공유한다. 중화민국(대만)과 중화인민공화국의 ‘중화’나 베트남공화국(남베트남)과 베트남민주공화국(북베트남)의 ‘베트남’, 서독과 동독은 ‘독일’이라는 공통분모를 포기하지 않았다.

‘국호로 보는 분단의 역사’는 남북한의 국호가 왜 이렇게 판이한 형태를 띠게 됐는지를 추적한 책이다. 한국사와 북한 정치, 통일 문제를 고민해온 강응천 역사학자가 시작한 ‘남북통사’ 프로젝트의 첫 번째 시도다.

대한은 ‘삼한’에서, 조선은 ‘단군조선’에서 각각 유래된 이름으로 고대부터 민족적ㆍ지역적 범칭(汎稱)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해방 후 우익 민족주의 계열과 좌익 사회주의 계열은 각자의 정치적 고유성을 과시하기 위해 서로 다른 국호를 내세웠다.

‘민국’과 ‘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마찬가지다. 말뜻만 놓고 보면 사실 큰 차이는 없다. 둘 다 ‘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공화 정체의 근대국가’를 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좌우로 갈린 독립운동 과정과 분단을 둘러싼 남북 정치 세력들의 갈등 속에서 두 국호는 각각 ‘반공’과 ‘반미’를 대표하는 코드로, 전혀 다른 의미를 획득해갔다. 남북한의 국호는 극단적 이념 대결의 산물인 셈이다.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둘 다 미완의 국호다. 통일독립국가의 국호로 제출됐지만 결국 분단국가의 국호로 귀결됐고, 해방 후 한국 현대사가 전진을 멈췄던 지점을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두 국호 모두 처음부터 통일국가의 국호로 설계됐다는 점이다. 전국적 차원에서 자주독립과 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다는 신념은 동일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통일된 한반도의 국호 논의는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국호로 보는 분단의 역사

강응천 지음

동녘 발행ㆍ210쪽ㆍ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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