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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집단발병 주범인 비료공장에 환경 우수상까지 줘” 장점마을의 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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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집단발병 주범인 비료공장에 환경 우수상까지 줘” 장점마을의 탄식

입력
2019.11.14 17:43
수정
2019.11.15 00:3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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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익산 장점마을 22명 암 발병, 비료공장 때문”

담뱃잎 불법 건조… 주민들, 익산시 등 상대 소송 계획

최재철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장이 14일 전북 익산 국가무형문화재 통합전수교육관에서 열린 ‘장점마을 주민건강 영향조사 최종발표회’에서 주민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철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장이 14일 전북 익산 국가무형문화재 통합전수교육관에서 열린 ‘장점마을 주민건강 영향조사 최종발표회’에서 주민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비료공장의 잘못은 확인됐지만 가족을 잃은 아픔을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겠습니까.” 마을에 닥친 재앙으로 5년 전 남편을 잃은 주민 신옥희씨는 “우리가 제기한 민원에 대해 실태조사만 제대로 했어도 이런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며 “엉터리 행정 때문에 가족을 잃은 아픔을 누가 알겠느냐”며 오열했다.

14일 오전 전북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의 집단 암 발병이 ‘인근 금강농산에서 비료를 만들기 위해 케이티엔지(KT&G)로부터 사들인 연초박(담뱃잎 찌꺼기) 때문’이라는 환경부 역학조사 결과 발표가 있자 주민들은 탐욕에 눈멀어 불법을 자행해온 비료공장과 부실한 관리로 사태를 키운 행정관청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다.

90여명이 사는 작은 시골의 장점마을에서는 비료공장이 들어선 2001년부터 2017년까지 22명(주민 주장 30명)의 암 환자가 발생해 17명이 사망했다. 전체 암 발생률은 일반지역보다 1.99배 높았다. 담낭 및 담도암은 15.2배였으며 피부암은 11.6배였다. 조사와 별도로 주민들은 피부질환이나 우울 증상, 인지기능 저하 등도 호소하고 있다. 이 마을은 비료공장이 들어선 이후부터 저수지의 물고기가 대량 폐사하기도 했다.

금강농산이 2009년부터 2015년까지 KT&G로부터 사들인 연초박은 확인된 것만 무려 2,242톤에 이른다. 2009년에는 KT&G 신탄진공장에서 반출된 연초박을 전량 사들이기도 했다. 주민들은 이들 대부분이 유기질 비료 원료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익산시는 이런 사실을 보고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대기ㆍ폐수 배출시설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거나 가동하지 않은데 대해서도 적절한 조치가 없었다.

주민들은 환경부가 이날 익산 국가무형문화재 통합전수교육관에서 연 주민건강 영향조사 최종발표를 지켜본 뒤 “암 집단 발병 사태에 대한 인과관계가 밝혀져 우선 다행이다”면서 “금강농산은 퇴비로 사용해야 할 연초박을 건조 공정이 있는 유기질비료 원료로 불법 사용하고, 방지시설의 허술한 관리로 주민을 집단으로 암에 걸리게 했다”고 규탄했다.

이어 “다시는 이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연초박을 비료나 퇴비 원료로 재활용하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에 대한 피해 구제, 건강관리, 오염원 제거 등 사후 관리를 빈틈없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전북도와 익산시에 공식 사과와 배상을, KT&G에는 피해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최재철 주민대책위원장은 “수년간 각종 민원을 넣어도 아무 문제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심지어는 금강농산에 환경 우수상을 주기도 했다. 비료공장뿐만 아니라 행정관청도 용서할 수 없다”며 “주민 20여명이 암으로 사망했고 지금도 6명이 투병을 하고 있다. 주민의 피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며 철저한 사건 규명을 촉구했다.

정부가 처음으로 환경오염과 비특이성 질환(특정 요인이 아닌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 가능한 질병)의 역학적 관련성을 공식 확인,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자 주민들은 본격적으로 법적 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소송은 비료공장을 비롯해 KT&G, 전북도, 익산시, 환경부 등이 대상이다. 비료공장 등에 대해서는 승소 가능성이 있지만 2017년 4월 사업장이 폐쇄되고 그 해 11월 폐업해 실질적인 보상까지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익산시는 사후관리와 친환경마을 조성을 통해 사태 해결에 나설 계획이다. 장점마을 환경오염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의료지원과 생활환경 개선작업을 전개하기로 했다. 익산시 관계자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오면 입장을 내놓겠다”고 밝혔으며, 환경부는 “주민에 대한 피해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익산=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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