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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와 분열의 시대 극복… 답은 실크로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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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와 분열의 시대 극복… 답은 실크로드에 있다

입력
2019.11.14 18: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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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에선 세계의 모든 문물과 사람이 자유롭게 만나고 흩어졌다 또 이어진다. 길을 가로 막는 장벽은 없다. 광활하게 펼쳐진 초원처럼 실크로드의 힘은 무한대로 뻗어나간다. 책과함께 제공
실크로드에선 세계의 모든 문물과 사람이 자유롭게 만나고 흩어졌다 또 이어진다. 길을 가로 막는 장벽은 없다. 광활하게 펼쳐진 초원처럼 실크로드의 힘은 무한대로 뻗어나간다. 책과함께 제공

지금 세계를 압축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단어를 꼽아본다면 분열과 고립이 아닐까. 슈퍼 파워인 미국은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세계와 담을 쌓고 있다. 배타적 보호무역주의가 회귀했고, 국경을 따라 둘러친 장벽은 한층 공고해졌다. 유럽 역시 봉쇄주의가 강화되는 추세다. ‘탈 유럽연합(EU)’을 외치는 건 영국만이 아니다. 더 강력해진 통제와 분리 정책이 아프리카와 중동 이민자들을 막아서는 게 서방의 현실이다.

그러나 조금만 눈을 돌리면 또 다른 세상이 전개되고 있다. 연대와 개방의 가치를 드높이고 있는 아시아가 그 무대다. 서방과 차별화되는 동방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실크로드(Silk Road)’에서 답을 찾으려는 책들이 한꺼번에 나왔다.

정치ㆍ경제ㆍ문화 등 인류 문명 교류의 통로였던 실크로드는 그 자체로 연결과 융합, 소통을 상징하는 대명사다. 실크로드의 지리적 범위와 연결 경로는 사실 명확하지 않다. 분명한 건, 실크로드를 통해 인류의 역사는 민족과 지역을 넘어 한층 다양해지고, 넓어졌다는 점이다. ‘미래로 가는 길, 실크로드’와 ‘실크로드’는 세상의 모든 경계를 극복한 소통과 상생의 정신이 세계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변화시켜나가는지를 장대하게 풀어낸다.

◇세계의 미래는 아시아에 있다

2015년 출간된 ‘실크로드 세계사’는 서유럽 중심의 세계관에서 탈피해 동방의 시각으로 세계사를 훑어내며 큰 반향을 일으킨 역작이다. 저자인 피터 프랭코판 영국 옥스퍼드대 비잔티움 연구센터 소장은 지난해 펴낸 ‘미래로 가는 길, 실크로드’에서 또 한번 동방의 힘을 역설한다. 전작이 2,000년의 역사를 풀어낸 대서사시라면, 이번에는 현장 보고서 느낌이다.

고대 그리스의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인 프롤레마이오스(100?~170?)가 그린 세계지도. 실크로드라는 근대적 사고의 기원이 됐다. 책과함께 제공
고대 그리스의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인 프롤레마이오스(100?~170?)가 그린 세계지도. 실크로드라는 근대적 사고의 기원이 됐다. 책과함께 제공

쪼개지고 갈라지는 서방과 달리 동방의 아시아는 교류와 연대로 똘똘 뭉치고 있다. 현대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띄우고 나선 중국은 중심축이다. 프랭코판은 중국이 주변국을 대하는 자세부터 서방 세계가 견지해온 일방적 개입과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고 진단한다.

단순히 돈만 쏟아 붓는 투자를 넘어 상호 호혜적인 이익을 도모하고, 가치와 비전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동방의 네트워크는 서방을 배척하지 않는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과거의 패권국가는 한쪽의 희생을 제물 삼아 자국의 성공을 이뤄내는 데 급급했지만, 실크로드 국가들의 성공은 주변으로 널리 퍼지며 상승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책에는 중국을 비롯한 러시아, 중앙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대륙의 국가들이 자원 및 경제 교류, 군사 훈련 등을 통해 번영과 평화라는 제2의 실크로드를 구현해 나가는 사례가 쭉 소개된다.

그렇다고 동방이 새롭게 세계의 패권을 쥘 지에 대해선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 프랭코판도 이들 국가들 사이에 이해관계와 갈등을 조율하는 게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미국이 여전히 중국을 깔아 뭉개고 유럽은 대륙 내부의 문제로 정신 팔려 있는 사이, 동방의 기세는 더욱 솟구칠 수 밖에 없다는 게 그의 요지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우리는 새롭게 전환되는 세계질서에 얼마나 대비하고 있는가 곱씹게 된다.

양모와 비단으로 만든 양탄자는 실크로드를 오간 대표적 상품이다. 이란의 양탄자 생산자들은 지금도 산에서 기른 양의 털과 천연 염료를 사용하는 등 전통적 제작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책과함께 제공
양모와 비단으로 만든 양탄자는 실크로드를 오간 대표적 상품이다. 이란의 양탄자 생산자들은 지금도 산에서 기른 양의 털과 천연 염료를 사용하는 등 전통적 제작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책과함께 제공

◇실크로드를 책 한 권으로 품다

1,500년 유라시아 대륙을 지배한 실크로드의 역사를 한 권에 품은 책도 나왔다. 무게만 2.4㎏에달하는 ‘실크로드’는 실크로드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해도 모자라지 않다. 산과 고원, 사막과 평원, 강과 바다 등 실크로드의 광활한 지형과 지도, 실크로드를 통해 오고 갔던 상품과 사상, 종교, 그리고 그 속에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까지. 650컷의 사진과 글을 엮어 생생하게 보여준다.

책은 전 세계 실크로드 자료를 집대성한 것이다. 실크로드를 연구하는 국제둔황프로젝트(IDP)가 201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실크로드가 등재된 것을 기념해 기획했다. 80명의 학자가 참여해 5년 만에 집필이 완료됐고, 영어, 한국어, 핀란드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 전 세계 7개 언어로 동시 출간됐다. 공교롭게도 한국을 제외하면 아시아 언어권은 없다. 경계와 분열을 극복하기 위한 교류와 연대. 실크로드의 정신이 목마른 지역부터 책을 더 찾는 모양이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미래로 가는 길, 실크로드

피터 프랭코판 지음ㆍ이재황 옮김

책과함께 발행ㆍ348쪽ㆍ1만6,000원

실크로드

수전 휫필드 외 지음ㆍ이재황 옮김

책과함께 발행ㆍ480쪽ㆍ5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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