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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한항공과 국내 항공업계를 양분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조만간 결정된다. 12일 매각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됐으니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올해가 지나지 않아 새로운 선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협상 대상자로는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가 의기투합한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확정됐다. 예비 입찰 때부터 다른 경쟁자보다 자본력에서 우위였던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을 대부분 전망한 만큼 크게 놀랍지는 않은 결과다.

언론에는 HDC그룹의 수장인 정몽규 회장 이름이 도배됐다. 아버지인 ‘포니 정’정세영 전 현대자동차 회장과 함께 ‘2대에 걸친 모빌리티(쉽게 말해 바퀴 달린 것) 숙원을 풀었다’거나 ‘아버지의 아쉬움을 아들이 풀었다’는 식이었다. 인수 열망이 그만큼 강했고, 그 정도 욕심과 꿈이 있으니 아시아나항공 경영도 금방 정상화될 것이란 기대도 담겼다.

내심을 누가 알까마는 정 회장이 인수전에 얼마나 독한 마음으로 뛰어들었는지는 얼마든지 추정이 가능하다. “정 회장 경영 스타일에 2조원 넘는 입찰가를 써내는 것 자체가 의외”라는 한 고위 임원 말처럼, 현대산업개발을 국내 10대 건설사로 키우는 과정에서 정 회장은 투자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둬왔다. 영창악기를 인수하고 신라면세점과 합작을 결정하고 올해 오크밸리 경영권을 사들이는 등 소소한 움직임은 있었지만, 조 단위 거액을 ‘베팅’하는 건 ‘그의 스타일’이 분명 아니었다.

들리길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 낙찰에 아시아나항공과 HDC현대산업개발 모두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고 한다. 재계 17, 18위로 덩치가 커질 HDC그룹과 HDC현대산업개발은 가시화된 ‘모빌리티 그룹’에 대한 설렘이 있을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몇 년째 계속된 경영 부침에다 박삼구 회장 퇴진 등 잇단 홍역을 치르면서 겪은 자괴감에 이제는 고개를 숙일 필요가 없어졌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재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회사”라고 한 정 회장 말이 두 회사 공히 든든하기만 했을 것이다.

관심은 이제 아시아나항공의 미래다. ‘이름만 빼고 다 바꾸겠다’는 정 회장의 약속처럼 환골탈태할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기대다. 그러나 여론은 엇갈린다. 상처투성이인 아시아나항공을 기업다운 기업으로 만들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굵직한 인수합병(M&A) 이후 응당 거론되는 ‘승자의 저주’를 점치는 사람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고, 건설사와 항공사 간 시너지는 제로(0)라고 단언하는 목소리도 있다. 9조원이 넘는 아시아나항공 부채를 감당할 수 있겠냐는 질문도 쏟아지고 있다.

최근 만난 한 항공업계 인사는 “대한항공과 어깨를 겨누던 시절의 그 회사가 아니다”라고 아시아나항공을 진단했다. 그러고 보니 여승무원의 바지 유니폼이 경쟁사인 대한항공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비용 절감을 이유로 ‘우리는 신청자를 받아 지급하겠다’고 한 것도, 화이트데이에 맞춰 박삼구 전 회장이 승무원들에게 사탕을 지급했다는 게 주요한 회사 홍보 내용이 될 만큼 군색했던 것도 우리가 아는 아시아나항공이었다. HDC 그룹으로서는, 정 회장으로서는 정상화 자체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계산기 다 두드려 보고 내린 결정”이라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설명처럼 관전자가 아무 고민 없이 던지는 ‘뭣도 모르는 훈수’일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한 가지, 언젠가는 아시아나항공 비행기를 타게 될 잠재 고객으로서는 한 마디 보탤 수 있을 것이다. 잦은 항공기 고장과 각종 사고, ‘아시아나항공은 더 이상 불안해서 못 타겠다’는 불안감을 시급히 해소해 주는 것부터 시작되기를. 안전에 대한 우선 투자가 HDC그룹과 아시아나항공이 품는 가장 우선 순위의 꿈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무엇보다 항공사에 필요한 건 ‘안전에 대한 신뢰’ 아닌가.

남상욱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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