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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MRI 과잉진료 폭증… 文케어 2년 만에 건보 대상 축소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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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MRI 과잉진료 폭증… 文케어 2년 만에 건보 대상 축소 추진

입력
2019.11.18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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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전후 6개월간 의원급 촬영 횟수 225% 늘어

복지부 “경증 급여 기준 강화” … 文케어 지출 관리 신호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2일 오후 경기 고양 일산동구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2주년 성과 보고대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자기공명영상장치(MRI)실을 찾아 건강보험 적용에 따른 MRI 활용 현황을 듣고 의료진과 환자를 격려하고 있다. 고양/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2일 오후 경기 고양 일산동구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2주년 성과 보고대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자기공명영상장치(MRI)실을 찾아 건강보험 적용에 따른 MRI 활용 현황을 듣고 의료진과 환자를 격려하고 있다. 고양/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의 범위를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학적으로 필요한 모든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는 ‘문재인케어’ 시행으로 건강보험 혜택이 대폭 확대된 이후, MRI검사가 비정상적으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문재인케어의 대표적 항목인 MRI의 건강보험 적용 축소는, 정부가 본격적 건강보험 지출 관리에 들어가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월별 MRI검사량은 당초 정부가 예측한 범위의 1.4배에 달한다. 건보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정부는 MRI 정상화에 대한 대책을 다음달까지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기준 건보 누적적립금은 20조5,955억원으로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당기재정수지는 1,778억원 적자로 2010년 이후 8년 만에 건보재정이 당기 적자로 돌아섰다.

◆MRI 폭증에 “대상자 기준 축소 추진”

17일 복지부에 따르면 문재인케어 이후 건강보험이 새롭게 적용된 의료행위와 치료재 대부분에서 이용량 증가가 확인됐다. 다만 그 수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학계가 산출한 정상범위 안에 있었다. 복지부가 매달 건강보험 급여 지출액으로 이용량을 추적하는 400여개 항목의 경우 이용량은 정상범위의 80% 수준이다. 초음파는 지난해 4월부터 상복부를 시작으로 올해 하복부ㆍ비뇨기까지 건강보험이 확대 적용됐지만 이용량은 정상범위의 70%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MRI검사와 소아충치 관련 시술 등은 이용량 증가세가 예상을 뛰어넘었다. 국회보건복지위 소속 장정숙 대안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MRI검사 촬영건수는 건강보험이 적용된 지난해 10월 전후 6개월을 살펴본 결과, 이전 6개월(73만건)보다 이후 6개월(149만5,000건)이 2배나 많았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의 촬영횟수가 225%나 늘었고 병원급도 139%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진료비(건강보험공단 지급액과 자기부담금을 합산한 것) 총액도 1,995억원에서 4,143억원으로 108% 늘었다. 의원급의 진료비 증가율(242%)은 중증 환자를 주로 진료하는 상급종합병원(61%)이나 종합병원(143%)을 크게 상회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방사선사로 일하고 있는 A씨는 “현재 MRI실은 24시간 운영되고 있는데 야간전담 방사선사 5명이 촬영을 하고 있지만 환자가 워낙 많아 감당하기 힘들다”며 “말이 검사실이지 공장이나 다름없다”고 전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MRI검사 건보 적용 전후 현황 - 송정근 기자/2019-11-17(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 MRI검사 건보 적용 전후 현황 - 송정근 기자/2019-11-17(한국일보

◆산정특례 등 각종 제도도 손질 대상

문재인 정부 이전에도 희귀난치성 심장질환환자 등 일부 환자에게 MRI(2013년 12월) 건강보험을 적용했으나, 지난해 10월 뇌ㆍ뇌혈관 MRI검사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서 보장범위가 크게 확대됐고, 이후 안면 등 두경부(올해 5월) 복부ㆍ흉부(이달 1일) 등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돼왔다. MRI검사가 필요한 질환을 앓는 환자뿐만 아니라 해당 질환이 의심되는 환자에게도 적용됐고 2021년까지 모든 MRI검사로 확대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진료비 증가의 이유로 일부 의료기관의 과잉진료를 의심하고 있다. 최근 전국적으로 MRI검사가 유독 잦은 50개 의료기관을 추려내 사용량을 관리하라고 통보한 것도 이 때문이다. 손영래 복지부 예비급여과장은 “경증 환자에 대한 MRI 사용이 늘어나는 경향이 보여서 이 부분에 대한 (급여기준) 관리를 강화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의료기관에서 과잉진료가 심각한 것으로 의심돼 급여 범위를 축소하겠다는 의미다.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이미 장기적인 건강보험 지출관리를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건강보험공단은 고령화와 문재인케어로 지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료행위나 제도를 5~10개가량 선정해 장기적으로 건강보험 재정 지출 추이가 어떻게 변할지 파악하는 ‘건강보험 지출관리’ 연구를 수행 중이다. 건보공단은 이번 연구로 △건강보험제도 지속가능성 확보 △건강보험 지출증가 속도 제어 등을 기대하고 있다. 연구대상에는 MRI검사와 추나요법 등 개별 의료행위뿐만 아니라 각종 산정특례, 노인외래정액제, 재난적 의료비 지원 등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다양한 제도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는 이르면 다음달 종료되는데 이 연구에서 비정상적 급여 증가가 예상되는 항목에 대해선 장기적으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급여 기준을 축소하거나 해당 의료기관에 대한 감사를 강화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복지부 보험정책과 관계자는 “문재인케어로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된 모든 항목을 한번에 연구하기는 불가능해서 시급한 항목부터 살펴보고 있다”면서 “이번 연구에서 이상경향이 예상되면 급여기준에 대한 재평가도 연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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