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검찰 소환 ‘비공개’… 지하주차장 통해 조사실 직행
“檢, 향후 다른 공인도 편의 봐줄 건가’ 비난 잇달아
14일 검찰에 출두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일반 피의자처럼 검찰청 1층을 통하는 대신, 검찰청 지하 통로와 검사장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며 취재진의 눈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핵심 요직을 거친 인물이 공인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대신, 개별 피의자로서 자신의 방어권만을 고려한 셈이다.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도 소환 당시 지하 통로를 통해 언론의 눈을 피한 적이 있어, 부부 모두가 지지층 여론을 업고 ‘황제소환’을 선택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고형곤)는 오전 9시35분 조 전 장관을 소환해 변호사가 입회한 상태에서 조사를 시작했다. 조 전 장관은 검사, 민원인, 피의자들이 모두 이용하는 검찰청사 1층 로비가 아니라 지하주차장 통로를 이용해 청사 내부에 진입했다.
특히 조 전 장관은 지하주차장에서 조사실로 가는 과정에 검사장이 주로 이용하는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피의자의 경우 검찰청사 1층에서 신분증을 제출한 뒤 임시 출입증을 받아서 조사실로 가야 하지만, 조 전 장관은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이다.
조 전 장관 소환 전 언론의 관심은 그가 어떤 경로를 통해 검찰청에 출두할지에 집중됐지만, 조 전 장관은 결국 자신의 모습이 공개되지 않는 쪽을 택했다. 청와대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을 지낸 공인이라는 점에서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뒤 1층 로비를 통해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예측은 빗나갔다. 피의자로서 방어권 행사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읽혀지는 가운데, 기자간담회나 인사청문회의 해명이 검찰 수사 결과와 크게 다르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조 전 장관이 사퇴 전까지 추진한 포토라인 폐지의 첫 수혜자가 결국 조 전 장관 자신이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무부가 내달 시행 예정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은 공개소환을 금지하고 출석 장면 촬영을 일체 허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공적 인물’이나 ‘경쟁으로 인한 물리적 충돌이 예상되는 경우’ 촬영할 수 있도록 한 기존의 예외 규정도 없앴다. 피의자의 초상권 내지 인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이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유독 공인이나 권력자에 대한 사건에서 피의자 인권이 진전된다”고 꼬집었다.
비공개 소환에 협조한 검찰도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청사를 관리하는 검찰의 협조가 없었다면 이런 식의 소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의 취지는 검찰이 피의자 소환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의미지만, 조 전 장관의 경우 검찰이 적극적으로 피의자의 편의까지 봐줬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비슷한 사례에서 검찰 수사를 받게 되는 다른 공인의 경우에도 이런 식의 편의를 제공할지도 주목된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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