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만든 위대한 자연 극장’. 미국 콜로라도주 레드록스 원형극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하늘로 우뚝 솟은 거대한 붉은 바위는 천장 없는 야외극장에 병풍이 돼 소리를 모은다.
하늘이 만든 공연장에 2012년 축제가 열렸다. “내 영혼을 황금빛으로 칠해요(Paint my spirit gold)...” 영국 유명 포크록 그룹 멈포드 앤 선스가 히트곡 ‘아이 윌 웨이트’를 불렀다. 1만여 관객들은 좌석에서 일어나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며 구원의 노래를 따라 했다. 관객들은 기타 모양을 한 미국 전통 현악기 밴조가 이끄는 흥겨운 소리에 발을 굴렀다. 붉은 사암으로 둘러싸인 공연장에 붉은 흙먼지가 이는 듯했다.
멈포드 앤 선스는 ‘아이 윌 웨이트’가 실린 2집 ‘베벨’(2012)로 2013년 미국 유명 음악 시상식 그래미어워즈에서 ‘올해의 앨범상’을 받았다. 만돌린부터 아코디언까지. 전자음악이 지배하는 세계 음악 시장에서 멈포드 앤 선스는 전통 악기의 아날로그 소리로 성찬을 차려 감동을 줬다. “팝, 록 등 음반사들이 획일적으로 만든 장르가 늘 불편했어요. 그 틀을 깨기 위해 만돌린이나 벤조 등의 악기를 썼죠.” 멈포드 앤 선스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벤 로베트는 최근 이뤄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우리가 만약 5년 먼저 데뷔했다면 펑크 밴드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농담했다. 2009년 1집 ‘사이 노 모어’로 데뷔한 멈포드 앤 선스가 반전을 즐긴다는 뜻이다. 멈포드 앤 선스는 음악부터 파격이었다. 밴드의 초기 음악엔 미국 컨트리풍이 짙게 배어있다. 영국 밴드가 컨트리풍 음악으로 미국 그래미 정상에 우뚝 서기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멈포드 앤 선스는 15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소극장 무브홀에서 공연한다. 데뷔 후 10년 만의 첫 내한 무대다. 밴드 네 멤버는 첫 한국 방문에 잔뜩 긴장한 눈치였다. 로베트는 “한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 걱정 반 기대 반의 심정”이라고 말했다. 데뷔 10년 차로 여러 나라를 돌았지만 멈포드 앤 선스는 여전히 호기심이 많다. 로베트는 “우리에게 세계 순회공연은 여행의 과정”이라며 “애초에 밴드를 결성한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했다.
고전적인 음악을 하는 이 밴드의 이름은 더욱 예스럽다. 멈포드와 아들들(Mumford & Sons)이라니. 한국의 록밴드 신중엽과 엽전들처럼 1960~70년대 주로 봤을 법한 작명이다. 리드 보컬인 매커스 멈포드를 주축으로 밴드가 꾸려져 멈포드 앤 선스로 팀명을 정했다. 로베트는 “가족 사업의 느낌을 주고 싶어 멈포드 앤 선스로 밴드명을 지었다”고 했다. 밴드 멤버 네 명이 실제 형제처럼 친해 가능한 일이었다. 멈포드는 영화 ‘오만과 편견’과 ‘위대한 개츠비’ 등에 출연해 한국 관객에게도 친숙한 영국 배우 캐리 멀리건의 남편이기도 하다.
멈포드 앤 선스는 한국 공연에선 밴드 1집에 실린 ‘더 케이브’를 비롯해 지난해 낸 앨범 ‘델타’에 실린 ‘가이딩 라이트’ 등을 연주한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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