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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종료 전 강경화 방미 불발… ‘연장 압박’ 美 설득 ‘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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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종료 전 강경화 방미 불발… ‘연장 압박’ 美 설득 ‘부심’

입력
2019.11.14 13:49
수정
2019.11.1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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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조사 신경 쓰느라 폼페이오가 시간 못낸 듯

“국내 여론 의식 고집” 美 불만 우회 표시일 수도

강경화(왼쪽) 외교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강경화(왼쪽) 외교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이 종료되는 23일 0시 이전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해 카운터파트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회동하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불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보복성 대한(對韓) 수출 규제와 관련한 일본 태도의 불변으로 지소미아 종료 가능성이 커진 터여서 한미일 안보 협력의 토대인 지소미아를 연장하라고 한국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을 상대로 우리 입장을 납득시킬 방안을 찾느라 정부가 부심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14일 “지소미아 종료가 예정된 내주 금요일 전에 강 장관이 미국을 찾아 폼페이오 장관 등 미 고위 당국자들을 만나려 했지만 폼페이오 장관과의 회담 일정을 잡지 못하면서 방미 계획이 취소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외교가에 따르면, 강 장관이 방미를 추진한 건 ‘지소미아 종료의 불가피성’과 ‘한미 관계와 무관하게 내려진 결정’이라는 점을 미측에 거듭 설명하려는 의도에서였다. 현재 우리 정부는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성격의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일본이 철회하지 않는 한 지소미아 종료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는 입장인데, 일본이 요지부동이어서 종료 결정을 거둬들일 명분이 없다. 때문에 실제 지소미아 종료가 현실화할 경우 미국의 불만이 한미 관계에 미칠 파장을 어떻게 무마할지가 큰 고민으로 떠오른 상태다.

이번에 강 장관이 폼페이오 장관을 만났다면 8월 정부가 지소미아를 종료하기 결정하고 일본에 통보한 뒤 성사되는 첫 별도 회담이었다. 두 장관의 최근 만남은 9월 말 미 뉴욕 유엔 총회 계기에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 자리에서였다.

폼페이오 장관이 시간을 못 낸 건 자국 국내 정치 사정 탓일 공산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외압 스캔들을 둘러싼 첫 공개 청문회가 13일(현지시간) 열리는 등 하원의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가 본격화한 와중에 폼페이오 장관도 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황이어서 다른 일에 신경 쓰기가 어려운 것 아니겠냐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 관측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한국이 국내 여론을 주로 의식하며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고집하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을 미국이 우회 표시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실제 국내에는 지소미아 연장 반대 기류가 만만치 않다. 이날 시민단체와 각계 사회 원로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지소미아는 일본 아베 정권의 군사 대국화와 평화헌법 개악의 발판으로 작용하고 있어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가 아니었어도 진작 종료됐어야 하는 협정”이라며 “미국은 한일 억지 화해와 억지 군사 협정을 강요했던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성찰하기는커녕 한국 정부에 아베 정권에 무릎 꿇을 것으로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있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의 대미 설득 동향은 지소미아를 연장하라는 미국의 압박이 예상보다 더 거세기 때문인 듯하다. 지난주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방한해 지소미아 연장을 우회 촉구한 데 이어 이번 주에는 미군 수뇌부까지 가세했다. AP통신과 미 국방부가 배포한 녹취록에 따르면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이날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뒤 기자들에게 “지소미아가 유지돼야 한다. 북한 행동에 관해 시의적절한 방식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전날 방한한 마크 밀리 미 합동참모의장도 방한 전 먼저 찾은 일본행 전용기 안에서 지소미아에 대해 “지역의 안보와 안정에 필수적”이라고 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군사령관도 12일 자청한 기자간담회에서 “지소미아가 없으면 우리가 그만큼 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위험이 있다”고 했다.

에스퍼 장관과 밀리 의장은 14, 15일 한미 군사 당국 간 회의뿐 아니라 15일 문 대통령과의 청와대 접견 자리에서도 지소미아를 연장해야 한다는 미측 입장을 거듭 우리 측에 전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정부가 일본과의 타협 노력을 중단한 건 아니다. 17~18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 회의’(ADMM-Plus)에 참가하는 정경두 국방장관이 회의 기간에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방위장관과 양국 국방장관 회담을 하는 방안을 최종 조율 중이고, 강 장관이 22~23일 일본 나고야(名古屋)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해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장관과 마지막 타협 시도를 하는 방안도 긍정 검토 중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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