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내년 예산안 31% 증액
“질 나쁜 일자리만 양산” 비판에
신규 시간제 일자리 지원은 줄여
정부가 일과 육아, 학습 등을 병행할 수 있는 고용형태인 시간제 일자리(시간선택제) 활성화를 위해 기존 ‘시간선택제 전환지원사업’을 확대한다. 전일제 근로자가 원하는 경우 근로시간을 단축해 일하고 다시 전일제로 돌아올 수 있는 근로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대신 신규 시간제 일자리를 창출 사업 지원은 대폭 줄이기로 했다. 단발적으로 질 낮은 일자리만 만든다는 노동계의 비판 등을 고려해 시간제 일자리 정책 방향을 다시 잡은 것이다.
1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내년 시간선택제 전환 지원사업 예산안은 올해보다 31.1% 늘어난 약 143억5,500만원이다. 2015년부터 시행된 이 사업의 골자는 전일제 근로자가 시간제로 전환되면 줄어드는 임금감소분을 월 최대 40만원까지 1년간 지원해주고 기업에게도 간접노무비로 1인당 월 20만원 등을 주는 것이다. 주 52시간제 시행과 함께 장시간 근로 문제를 해소하고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춘 근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시간제를 활성화하려는 것으로, 내년부터 사업명도 ‘워라밸일자리 장려금’으로 바꾼다. 지난해에는 5,730명(1,731개소)이 지원을 받았다.
시간제 일자리는 지금까지 질 낮은 일자리로 인식돼왔다. 경력단절여성의 일자리를 만들고 노동시간을 유연화하겠다는 차원에서 2010년부터 정부는 ‘신규 시간제 일자리 창출’ 중심의 시간제 일자리 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결과는 단순 업무나 고용이 불안한 형태의 일자리의 양산이었다. 올해 8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시간제 근로자 중 고용이 안정됐다는 근로자는 절반(56.4%)을 조금 넘는다. 고용보험(26.1%) 등 사회보험 가입률도 30%를 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채용 지원사업의 예산 집행률은 30%대에 머물렀고, 고용부는 내년도 신규채용 예산(52억5,500만원)을 올해의 3분의1 수준(29.8%)으로 줄이기로 했다.
노동계 등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시간제 일자리 자체는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시간제 임금근로자 수는 전체 임금근로자 중 15.3%(8월기준)인 315만6,000명인데, 그 중 자발적으로 시간제 근로를 선택한 경우가 70~80%로 추산된다. 정성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학업, 자녀돌봄, 은퇴 이후 등 다양한 사유로 시간제 일자리를 선호하는 수요는 분명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기존 시간제 일자리의 열악한 근로조건이지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제도는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전환형 시간제 지원으로 정책 방향을 튼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일제 근로자인 정규직ㆍ비정규직 모두 기존 근로조건을 유지하면서 시간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고용안정성이 담보된 ‘괜찮은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기 수월할 것이란 기대다.
전문가들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위해서는 지원금 수준을 높이고, 초단시간 근로자도 사회보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다방면의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환형 지원 정책 방향에 동의하면서도 “내년에 도입되는 근로시간 단축청구권 제도와도 상호 보완적으로 시간선택제 전환 지원사업을 운영해야 (두 제도 모두)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며 지속적 점검과 보완을 강조했다. 내년 1월부터 임신과 육아로 한정돼 있던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질병, 가족 돌봄, 학업 등을 위해서도 이용하게 되는 등 다양한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시행된다. 최준하 고용부 고용문화개선과장은 “전환형 시간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원금 수준 인상 등도 필요하다고 본다”며 “지속적으로 제도 개선을 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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