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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택 “참여연대, 진보정권과 정책·사람 겹치니 정체성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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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택 “참여연대, 진보정권과 정책·사람 겹치니 정체성 혼란”

입력
2019.11.19 04:40
수정
2019.11.19 11:3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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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선배가 말하는 참여연대] “진보의제 떠맡으며 준정당 역할… 586 주도 文정부서 시민단체 차별성 잃어”

2000년대 중반 참여연대에서 활동한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대 관악캠퍼스 연구실에서 참여연대의 변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2000년대 중반 참여연대에서 활동한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대 관악캠퍼스 연구실에서 참여연대의 변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1994년 9월 등장한 참여연대는 시민사회 단체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시민의 힘으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역량을 과시하면서 정치ㆍ경제 민주화 과정을 선도했다. 하지만 20여년 축적된 인적 역량이 진보 정권과 손을 잡으면서 권력감시 본연의 역할을 방기했다는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이른바 ‘조국 사태’ 와중에는 내부 논란에도 불구하고 끝내 입을 다물며 ‘관변 시민단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썼다.

시민사회 단체의 좌장격인 참여연대가 총체적인 정체성 위기에 빠진 형국이다. 과연 참여연대는 지금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본연의 권력 감시자로 거듭 날 수 있을까. 참여연대 창립멤버인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와 2000년대 중반 의정감시센터를 이끈 강원택 서울대 교수에게 참여연대의 현 주소와 나아갈 길을 물었다.

“참여연대가 잠시 현실정치와 시민운동을 헷갈렸던 것 같다.” 한때 참여연대 활동을 했던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이른바 ‘조국 사태’ 와중에 있었던 참여연대의 정체성 혼란을 꼬집었다. 정부 및 여당과 정책 목표와 인적 구성이 겹치기 시작하면서 참여연대가 시민단체로서 유지해야 할 이상적인 규범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강 교수는 11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연구실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참여연대의 위기를 성장과정에서 유추하면서 진단했다. 그는 “참여연대는 보수 편향적이던 정치환경에서 태어나 대부분의 진보 의제를 이끌면서 준정당처럼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며 “제도권 정치에 의제를 던지는 데 성공하면서 역설적으로 시민단체로서의 차별성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참여연대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자산이고, 애정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젠 방향을 바꿔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참여연대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강 교수는 2006년부터 3년간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을 지냈다.

_참여연대가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평가가 많다.

“보수 편향적인 정치 틀 속에서 참여연대는 진보적인 의제로 빈 공간을 메웠다. 사실상 준정당적 역할이 불가피했다. 그러다가 환경이 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과 열린우리당의 총선 승리로 제도권에 같은 색깔을 지닌 세력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정책 목표도, 인적 구성도 겹치게 됐다. 문재인 정부는 이념적 동질성이 강하다는 점에서 그런 경향이 더 강해졌다. 586세대가 당 내에서도, 사회적으로도 정치를 주도해 나가는 위치가 됐다는 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제도권 정치가 제대로 대의하지 못하는 의제를 전달하는 게 시민단체의 역할인데, 현재는 참여연대의 의제를 대부분 받았다. 정당이 대의하면 되니 시민단체가 있을 필요가 없다. 참여연대가 그간 누린 정당 정치와의 차별성이 사라졌다.”

_‘조국 사태’와 관련해 참여연대가 권력감시에 소극적이었다.

“다른 유사한 사안에 대응한 것보다 소극적인 느낌은 분명 있었다. 집권 세력이 참여연대의 의제를 대부분 받아주는 상황에 인적 구성도 겹치니 100% 자유롭기엔 어려운 면이 있었을 것이다. 참여연대가 현실정치와 시민운동을 헷갈리기 시작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예산이나 여론의 지지 여부까지 따져야 하는 현실정치와 달리 시민운동은 이상적인 규범에 중점을 둔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현실정치와 붙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조국 사태에서도 동일한 규범을 들이대기보다는 ‘우리 편이니까’ 하고 조금 덜 갈 수 있었을 것이다.”

_참여연대는 변화에 성공할 수 있겠는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조국 사태를 거치며 참여연대 안에서도 다른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바꿔 말하면 기존의 이슈에서 벗어나 새로운 의제를 찾아나가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그간 중시해온 정치적 민주주의, 경제적 민주화, 사법부의 공정성 같은 문제들은 여전히 중요해도 현 정부의 적폐청산과 만나는 지점이 너무 많다. 그러면 사람들은 정치로 가지, 참여연대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지금이야말로 위기의식을 갖고 고민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세대적으로도 변화가 불가피해다. 제도권 정치는 내년 총선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져야 하는데, 참여연대도 마찬가지다.”

_참여연대의 활동 범위가 너무 넓다는 지적이 많다.

“핵심적인 몇 가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국민이 관심 갖는 이슈 대부분이 정치적인 게 아니다. 국가에 원하는 걸 물어보면 일자리, 노후, 교육, 육아, 주택 같은 게 아닌가. 일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런 이슈로 무게중심을 옮겨가야 한다. 젊은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이슈를 본격적으로 발굴해 어떻게 제도화, 정책화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_활동방식의 변화는 필요 없나.

“독일 녹색당은 환경운동을 하던 당시엔 원전 전면 폐기 주장을 했다가 사민당과 연정을 하고 환경부 장관 자리 등을 받자 ‘20년 안에 탈원전’ ‘새로운 것 안 짓기’ 식으로 타협을 했다. 딱 이만큼의 간극이 제도권 정치와 시민운동의 간극이다. 현실정치는 제도에 맡기고 가치와 명분을 추구해야 한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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