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병원 장례식장 접객실 모습. 중앙대병원 제공

“여기는 좌식이 아니라 입식이네. 어디에 앉지?” 최근 지인이 모친상을 당해 중앙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직장인 김모(46)씨는 조문을 하고 접객실로 들어서다 깜짝 놀랐다. 접객실 전체가 좌식이 아닌 입실이었기 때문이다. 빈자리에 앉은 김씨는 면식도 없는 이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과거 같으면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아 있어도 눈치가 보이지 않았지만 입식이라 그런지 식사가 끝나면 바로 일어나야 했다. 상주를 찾아 인사를 하고 장례식장을 빠져 나온 김씨는 “고향 친구라서 밤을 새지는 않아도 늦게까지 있으려고 했는데 자리도 없고 사람들도 식사를 마치고 바로 바로 나가는 분위기라 당황했다”며 “장례식장도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장례식장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접객실이다. 대형병원에서는 2008년 신촌 세브란스병원이 장례식장 VIP용 접객실 2곳을 입식으로 교체한 것을 시작으로 다른 병원들도 입식을 도입하고 있다. 중앙대병원은 지난해 4월 7개 접객실 중 3개를 입식으로 교체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4월 리모델링을 통해 전체 14개 접객실을 입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중앙대병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조문객들 중에 노인들이 많아 오랜 시간 바닥에 앉아 있는 것 자체를 힘들어 해 장례식장 문화개선 사업 일환으로 접객실을 입석으로 교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도기이긴 하지만 입식문화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최근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정모(75)씨는 “허리와 무릎이 좋지 않아 바닥에 앉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됐는데 의자에 앉아 식사를 할 수 있어 편했다”며 “아무래도 노인인구가 많다 보니 병원에서도 장례식장 환경을 개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범재원 중앙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장시간 앉아 있으면 허리와 무릎이 좋지 않은 이들은 통증 등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며 “입식문화에 길들어져 있는 젊은 층이 좌식보다 입식을 선호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병원 장례식장 관계자와 장례지도사들에 따르면 최근에는 밤늦게 조문을 하는 이들이 드물어 상주들이 빈소에 머물지 않고 귀가했다가 아침에 다시 장례식장에 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상주문화도 바뀌고 있다. 장례식장 관계자와 장례지도사들은 최근 밤 10시 이후 조문을 하는 이들이 거의 없어 상주 1~2명만 빈소를 지키고 나머지 가족들은 귀가했다가 다음날 아침 장례식장에 오는 이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전했다. 일종의 당직개념인 셈이다.

장례문화가 바뀌면서 지인의 장례를 핑계로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주당’들은 다른 핑계를 대야 할 처지에 몰렸다. 양수진 서울성모병원 장례지도사는 “요즘 아무리 친한 친구가 상을 당해도 과거처럼 밤을 새는 이들이 거의 없다”며 “친구들에게 남편이 장례식장에서 밤을 새고 온다고 하면 거짓말이니 단속을 잘하라고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수의(壽衣)문화도 변화하고 있다. 장례지도사 양모씨는 “최근 40대 미혼여성의 장례를 진행했는데 망인이 생전에 ‘내가 죽으면 수의를 입히지 말고 공주처럼 화려한 드레스를 입혀 달라’고 유언을 남겨 수의 대신 드레스를 구해 입혀 드렸다”며 “관례적으로 유아가 사망했을 경우 수의가 아닌 평소에 아이가 좋아했던 옷을 입히는 것이 성인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평생 독신으로 사는 이들도 많아졌고, 과거와 달리 이생에서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남기고 떠나려는 이들이 많아져 장례문화도 이에 맞춰 변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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