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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 물러나자 중국 뜻대로?... 알리바바, ‘반정부 시위’ 홍콩서 증시 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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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 물러나자 중국 뜻대로?... 알리바바, ‘반정부 시위’ 홍콩서 증시 상장

입력
2019.11.13 20:00
수정
2019.11.13 22:1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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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중국 저장성 할저우에 위치한 알리바바 본사에 있는 대형 전광판에 2019년 광군제 개막 후 24시간 동안 거래된 금액이 표시되고 있다. 항저우=로이터 연합뉴스
12일 중국 저장성 할저우에 위치한 알리바바 본사에 있는 대형 전광판에 2019년 광군제 개막 후 24시간 동안 거래된 금액이 표시되고 있다. 항저우=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홍콩 주식 시장에 상장한다. 지난 2014년 9월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NYSE) 상장 이후 두 번째다. 다섯 달 넘게 계속되고 있는 홍콩 민주화 시위 사태로 홍콩의 경제가 침체 상태에 빠졌지만 알리바바 측은 이번 상장을 통해 150억달러(약 17조5,300억원)를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선 미중 무역 전쟁 탓에 중국 정부가 알리바바를 홍콩에도 상장하려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의 ‘경제 파워’를 상징하는 알리바바를 미국뿐 아니라, 비록 반정부 시위로 상황이 좋지 않지만 중국의 영토인 홍콩에서 공개 상장해 과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물론 국제사회에 국제 금융도시 홍콩의 흔들리지 않는 위상을 보여주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최근 홍콩 증권거래소(HKEX) 상장위원회로부터 최대 1,190억홍콩달러 규모 신규 주식을 판매할 수 있는 승인을 받았다. 알리바바는 13일부터 1주일 동안 전 세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로드쇼를 벌인 뒤 25일 정식 거래에 들어갈 예정이다. 알리바바는 이번 상장으로 100억~150억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티그룹과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앞서 알리바바는 2014년 9월 NYSE에 상장하면서 역대 세계 최대 주식 공모 기록인 250억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주당 68달러에 상장된 알리바바는 12일(현지시간) 주당 186.97달러로 마감했다. 당시 알리바바는 차등 의결권을 허용하지 않는 HKEX의 규제에 막혀 NYSE 상장을 택했다.

홍콩 증권거래소 역대 기업공개 조달금액 순위. 그래픽=박구원 기자
홍콩 증권거래소 역대 기업공개 조달금액 순위. 그래픽=박구원 기자

알리바바는 지난 7월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NYSE에 상장된 보통주 1주를 8주로 쪼개는 주식 분할을 승인했다. 알리바바 측은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하고 자본 조달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HKEX 상장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해석도 잇따랐다. 액면가를 낮추면 1주당 매매 가격도 같은 비율로 낮아지는 만큼 투자자 유입을 위한 조치였다는 평가다.

고든 추이(徐聯安) 홍콩증권협회 대표는 “알리바바는 잘 알려진 전자상거래 회사이기 때문에 홍콩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을 것”이라면서 “이번 두 번째 기업 공개로 중국 본토에서도 회사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이 대표는 “알리바바의 이번 기업 공개는 홍콩 민주화 시위에 따른 기술적 불황에 빠진 홍콩 경제 상황에서도 홍콩 주식 시장에 대한 신뢰가 있음을 보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SCMP는 전했다. 홍콩에서의 자금 유출을 막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HKEX 측도 반색하고 있다. 5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홍콩 민주화 시위의 여파로 HKEX는 NYSE와 나스닥에 비해 기업 공개 액수에서 후순위로 밀려나 있다. 알리바바 측도 “최근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홍콩은 여전히 거대 기업을 유치해 자금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알리바바의 상장이 예상대로 진행될 경우 이는 2010년 보험회사 AIA, 2006년 중국공상은행의 기업 공개 이후 HKEX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가 될 전망이다.

알리바바의 HKEX 상장은 1년 넘게 끌어오고 있는 미중 무역 전쟁이 발단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홍콩 헤지펀드 매니저는 “홍콩 민주화 시위 여파로 미뤄지긴 했지만 알리바바의 HKEX 상장은 올해 초부터 추진해 오던 사안”이라며 “500조원이 넘는 알리바바의 전체 시가총액에서 이번 HKEX 상장으로 유입되는 15조원은 의미가 크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자가 물러난 이후 알리바바는 이미 중국 공산당의 의중대로 행동하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알리바바는 중국 본토의 회사인 만큼 미국에만 상장해 두지 않겠다는 뜻"이라는 해석을 덧붙였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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