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 회고록서 주장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 뉴욕=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치광이를 상대할 걱정을 하고 있다면, 그건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문제지, 내 문제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초대 유엔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니키 헤일리 전 대사는 12일(현지시간) 발간된 자신의 회고록 ‘외람된 말이지만(With all due respect)’에서 2017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에 벌어졌던 설전이 기획된 전략이었다고 밝혔다. 책에서 헤일리 전 대사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미치광이 전략’을 발휘하며 북한을 몰아붙였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극단을 오가는 발언을 쏟아내며 예측 불가능성을 키워 ‘미치광이 전략(Madman Theory)’을 구사하는 것으로 평가돼 왔다. 미치광이 전략은 자신을 미친 사람으로 인식하게 해 협상을 유리하게 유도하는 것으로, 리처드 닉슨 정부 시절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이 고안한 개념이다. 전방위적인 핵 공격 위협을 통해 베트남전을 매듭지으려 한 데서 나온 용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겨냥해 ‘화염과 분노’, ‘완전 파괴’ 등의 언어를 사용하며 한반도의 긴장을 끌어올린 것은 실제 이 미치광이 전략을 기반으로 한 행태였다는 이야기다.

헤일리 전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도발적인 발언이 많은 비판을 받았으나 사실 나로서는 ‘최대 압박’ 전략에 실제로 도움이 됐다”며 “(2017년 네 번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킴으로써 김 위원장과 북한 지도부가 ‘피를 흘릴 때까지’ 제재를 몰아치면서 (김 위원장을) 진지한 협상 테이블로 불러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밖에 그는 책에서 2017년 미국에 송환된 지 6일 만에 사망한 오토 웜비어 사건을 통해 북한의 인권 실상을 공개하면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국무부는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며 웜비어 가족에게 이 문제를 공론화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헤일리 대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웜비어의 귀환을 강하게 요구해 성사됐지만 키 크고, 사랑스럽고, 재주가 많았던 웜비어는 결국 사망했다”며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과 인내’ 정책은 실패”라고 밝혔다.

그는 또 중국이 대북 협상의 큰 장애 요소 중 하나였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정권의 몰락이 북한주민의 집단 탈출과 중국 유입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중국이 북한의 체제 붕괴를 두려워했다는 것이다.

이어 헤일리 전 대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권 초반 6년 동안 처형한 숫자가 300명을 훨씬 넘는다”며 북한의 인권 실상도 폭로했다. 그는 “북한은 체제 비판을 하거나 금지된 책이나 언론을 볼 경우 강제 수용소로 보내 고문을 하거나 굶겨 죽이고, 또 죽을 때까지 노동을 시킨다”며 "유엔은 수십만명이 김정은 독재 체제의 수용소에서 죽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수용소에서는 강제 낙태를 시키거나 출산한 아이는 살해하기도 하며, 성경을 소지할 경우에도 갇힌다는 게 헤일리 전 대사의 설명이다.

이처럼 대북 문제를 비롯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옹호하는 입장이 담긴 헤일리 전 대사의 회고록을 놓고 미 언론들은 헤일리 전 대사가 대선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지만 헤일리 전 대사는 일간 USA투데이에 “2020년 대선에는 출마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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