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국 경제는 오리무중 속 고군분투’
국내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중첩되는 와중에도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은 2%를 약간 상회할 것이라는 전문가 집단의 전망이 나왔다. 올해 경제 성적표가 워낙 나빠 기저효과가 반영된 측면도 있지만, 일단 성장률 하락을 멈추고 반등 기회를 노려볼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란 게 이들의 평가다.
민간 경제전문가 네트워크인 경제추격연구소와 서울대 경제연구소 산하 비교경제연구센터는 12일 ‘2020 한국경제 대전망’ 출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내년도 경제 전망을 내놨다. 책은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등 학계와 민간 연구원에서 활동 중인 전문가 43인이 공동 집필했다.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아온 대외 여건 불확실성은 내년에도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다. 이 교수는 “미중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한일갈등까지 더해져 국내 기업들의 타격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세계 경기 불안정, 지지부진한 남북경협 등도 위협 요인으로 꼽혔다.
그럼에도 이 교수는 “올해보다는 나을 것 같다”며 내년 경기를 조심스레 낙관했다. 일단 ‘스몰 딜’이라도 미중 간의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높아 수출 진작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분석이다. △5G 혁신에 힘입은 반도체 사이클 회복 △일본 수출규제에 대항한 10조원 규모의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산업 투자 등도 성장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 내다봤다. 이 교수는 “혁신성장에서 얼마만큼 성과를 내느냐가 성장률 회복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내년도 경제 사이클에 대해선 상반기까지 심각한 침체를 겪은 후 하반기부터 조금씩 회복하는 ‘상저하고’ 양상을 띨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혁신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규제 완화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과 연구개발(R&D) 분야 등에선 주52시간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화학물질 관련 법도 유연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회복하기 위해 새로운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잠재성장률이 증가한 미국과 프랑스의 사례를 본받아 교육 헬스 노동 분야를 4차 산업혁명에 맞게 탈바꿈하는 시스템 개혁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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