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매체 “美, 南에 침략 군대 주둔시킬 명분 사라져” 
 美합참의장 “보통의 미국인, 주한미군 필요성 물어” 
서울진보연대 회원들이 11일 서울 중구 주한미국대사관저 인근 덕수초등학교 로터리에서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 규탄, 해리스 미국 대사 출근 저지'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방위비(주한미군 주둔비) 분담금을 놓고 미국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한국이 북한ㆍ미국으로부터 협공을 당하는 형국이다. 북한은 “남북의 불가침 선언으로 한반도 주둔 명분이 사라졌으니 미군에 철수할 것을 요구하라”며, 미국은 “왜 자국이 큰 돈을 들여가며 부국(富國)을 방어해주는지 미국인들이 납득하지 못한다”며 한국을 몰아세우고 있다.

미국을 상대로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커녕 지급조차 할 필요가 없다는 게 북한 주장이다. 북한의 대남 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12일 논평 ‘빚 좋은 개살구- 동맹의 실체’에서 “지난해 채택된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북남 군사분야합의서는 북남 사이에 무력에 의한 동족상쟁을 종식시킬 것을 확약한 사실상의 불가침 선언”이라며 “미국이 남조선(남한)에 저들의 침략 군대를 주둔시킬 명분은 이미 사라졌다”고 강변했다. 이어 “미국은 동북아 지역에서 군사적 패권과 세계 제패를 목적으로 남조선에 계속 뻗치고 앉아 있으며, 오히려 남조선 군부를 사촉하여(부추겨) 북침 합동 군사 연습을 광란적으로 벌여 놓아 조선반도(한반도)는 물론 세계 평화까지 엄중히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매체는 “그런데도 남조선 집권 세력은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강도적 요구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지 못하고 있으며 보수패당은 미국 상전과 엇서나가지(맞서지) 말아야 한다고 고아대고 있다. 참으로 민족적 수치를 자아내는 사대 매국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라고 다그치는 편이 북한이라면 미국은 철수 가능성을 시사하며 한국을 불안하게 만드는 식이다. 11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홈페이지에 게시된 ‘합동참모의장이 미국의 전략적 사고를 갖고 인도ㆍ태평양 지역을 방문한다’ 제하 자료에 따르면 이번 주 한국과 일본을 방문해 동북아시아에서의 양자ㆍ다자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하는 밀리 의장은 해당 지역으로 가는 군용기 안에서 “보통의 미국인들은 전진 배치된 주한ㆍ주일 미군을 보면서 몇몇 근본적인 질문을 한다. 그들이 왜 거기에 필요한가? 얼마나 드는가? 이들(한일)은 아주 부자 나라인데 왜 스스로 방어할 수 없는가? 이건 전형적 미국인의 질문들”이라고 말했다. 다만 “어떻게 미군이 무력 충돌 발생을 예방ㆍ억지하며 동북아에서 안정화 역할을 하는지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동북아에서의 미군 역할을 강조하려는 의도의 발언으로 보이지만, 미 고위 안보 당국자가 주한ㆍ주일 미군 주둔 필요성과 비용에 대해 미 대중이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공개 언급한 건 의외라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때문에 이번 주 한국을 상대로 한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압박의 연장선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분담금을 올려주지 않으면 자국민에게 주둔 명분을 납득시킬 수 없고 그럴 경우 동아시아에 계속 주둔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는 논리 전개가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는 이달 중 서울에서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 협상의 3차 회의를 열 예정이다. 내년 이후 적용할 SMA 협상은 올 9월 시작됐고, 미국이 49억달러(약 5조7,000억원)에 약간 못 미치는 액수를 한국에 분담금 요구액으로 제시한 상태다. 올해 한국이 부담하는 분담금은 1조389억원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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