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자이언트 펭TV’ 홈페이지에는 펭수 굿즈(상품) 출시를 원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슬예나 PD는 “제작사나 유통사가 아닌지라 캐릭터 라이선스 수익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구조”라며 “팬들이 다양한 방면에서도 펭수를 만날 수 있도록 굿즈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BS 제공

지난 4월 2일 처음 모습을 드러낸 한 ‘연습생’이 유례 없는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방송사는 물론, 정부 부처에서도 그를 데려가려 치열히 경쟁한다. 스무 곳이 섭외 요청을 하면 한 군데 정도만 어렵사리 그를 모시는데 성공할 정도다. 이미 연말까지 스케줄이 꽉 찼다.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팬사인회는 250명 모집에 5,000여명이 응모했다. 3만명 이하였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두 달 만에 50만명으로 불어났다. 연습생을 첫 출연시킨 프로그램 제작진이 지난 8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첫 번째 목표라 말했던 굿즈(상품) 발매도 13일 카카오톡 이모티콘 출시를 통해 이뤄진다. 연습생의 이름은 펭수, EBS ‘자이언트 펭TV(펭TV)’ 주인공이다. 펭수는 최고의 크리에이터를 꿈꾸며 오디션을 준비하는 캐릭터다. 당초 어린이 시청자를 겨냥해 만들어졌지만, 어른 마음까지 사로잡는 슈퍼스타가 됐다.

연습생 펭수가 방송가를 종횡무진하고 있다. 소속사인 EBS뿐만 아니라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마리텔2)’와 SBS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정법)’ 등에 연이어 출연하고 있다. 펭수는 다른 방송사가 만들어낸 캐릭터는 출연시키지 않는다는 방송계 불문율까지 무너뜨렸다는 평가다.

어렵사리 펭수를 출연시킨 효과는 크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펭수가 출연한 ‘마리텔2’는 비(非)드라마 TV 화제성 순위에서 3위를 차지하며 이전 주보다 18단계 올랐다. 펭수의 첫 EBS 밖 방송 출연에 큰 관심이 모인 덕이다. 지난 2일 펭수가 내레이션으로 참여한 ‘정법’ 시청률은 전국가구 기준 8.5%로 전주 대비 1.4%p 오르기도 했다. 펭수는 JTBC ‘아는 형님’ 출연도 예고한 상태다. KBS월드와 tvN도 ‘자이언트 펭TV’ 유튜브 채널에 댓글로 구애하고 있다. 정부 부처도 가세했다. 외교부는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홍보를 위해 지난 6일 서울 정부종합청사에 펭수를 초청했다.

펭수가 거쳐 간 방송사 제작진은 모두 팬을 자처한다. 단체로 ‘펭수 팬클럽’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서 그의 등장과 동시에 환호할 정도다. 비록 열 살(프로그램 캐릭터 나이)이지만, 2030세대와 동년배라고 불려도 어색하지 않을 빼어난 말재간이 인기 요인이다. 여느 연예인에게선 찾을 수 없는 독보적인 콘셉트도 한몫을 한다. ‘마리텔2’ 제작진은 “펭수가 젊은 감성을 가지고 있어 프로그램에 출연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며 “초창기부터 지켜봤던 펭수가 어느 순간 대세가 돼 섭외가 쉽지 않았지만, 제작진 한 명과 인연이 닿아 가능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부산의 한 서점에서 열린 펭수의 팬사인회에 20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250명이 찾아왔다. EBS 제공

펭수의 장점은 무엇보다 무해함이다. 누군가의 눈살을 찌푸릴 법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 어른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위로를 건넨다. 남녀노소 모두 편안한 마음으로 그를 지켜볼 수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방송사 간 교류가 새로운 일은 아니나, 펭수는 기존 어린이 캐릭터가 가지고 있지 않던 공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며 “과거 유명했던 캐릭터까지 소환하는 등 펭수는 성인과 어린이 사이에 중간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예상치 못한 뜨거운 인기에 펭수 제작진은 어안이 벙벙하다. 쇄도하는 방송사와 관공서의 섭외 요청에 업무가 종종 마비될 정도다. 펭수는 우선 자신의 프로그램인 ‘펭TV’에 집중하면서 스케줄을 조정할 예정이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슬예나 EBS PD는 “처음엔 연습생 펭수가 다양한 채널을 경험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으로 (다른 곳도) 출연했다”며 “다행히 서로 간 시너지가 발생했고 팬들도 ‘방송국 대통합’이라며 좋아해 줬다”고 밝혔다. 이 PD는 “펭수의 체력 한계로 일주일에 2, 3일 이상 촬영하긴 어려워 많은 일정을 소화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높은 관심은 부담이기도 하다. 풍족하지 않은 ‘펭TV’ 제작비도 고민이다. 제작진은 펭수가 어른도 즐길 수 있는 어린이 콘텐츠로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 이 PD는 “월 7억원 매출이라는 한 매체 보도는 사실이 아니지만, 몇 개월 사이 유튜브 광고비가 늘어났고 협찬도 받았다”며 “수익이 제작비로 반영돼, 프로그램 발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PD는 “사석에선 펭수의 글로벌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넷플릭스 진출이 꿈이라고 농담하지만, 실은 모두에게 오랫동안 사랑을 받는 캐릭터가 됐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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