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주는 1조원도 다 못쓰는데 5배 인상 요구는 떼쓰기”
“미군 인건비, 훈련비까지 다 달라고 하면 미군이 우리 용병이냐”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연간 49억달러(5조7,000억원 상당) 요구에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갑질 중에서도 아주 상갑질”이라고 거칠게 비난했다. 현행 1조원 정도도 다 쓰지 못하고 은행에 맡겨 이자를 챙겨갔는데 더 달라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12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지금 1조원 주는 것도 쓸 데가 없어서 은행에 한때 1조원 넘게 예치했고, 1년에 이자로 수백억원씩 벌었다”며 “안보를 이유로 한국 정부에 재정적인 부담을 지우고 (남는) 그 돈을 본국으로 송금하겠다는 얘기”라고 각을 세웠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인 인건비와 시설 건설비, 군수 지원비 등 기존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상 주둔비용에 주한미군 순환 배치 비용, 한미 연합훈련 시 병력 및 장비 투입 비용, 주한미군 가족용 시설에 드는 비용 등까지 요구하려고 한다. 김 의원은 “협정에 (우리 정부는) 주한미군 지위를 보장하고 지원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미국의 요구는) 행정협정 위반이고 국제법적으로도 안 돼 주고 싶어도 못 주는 돈”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인건비까지 또 내놔라’하는 것은 미군이 우리 용병이 된다는 이야기냐”고 반문했다.
이런 배경을 알면서도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0억달러를 희망 금액으로 제시한 것을 두고 김 의원은 “건물주의 갑질로 폭력 사태까지 간 궁중족발 사태다. 여태까지 임차ㆍ임대 관계 잘 유지해왔는데 어느 날 보니 잘 사는 게 배가 아파서 갑자기 임대료를 몇 배 올려달라는 것”이라며 “떼쓰기 갑질인데 갑질 중에도 아주 상갑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오히려 주한미군이 미국 안보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나 북한이 미사일을 쏠 때 미국 본토에서 탐지하려면 15분이 걸린다. 그런데 주한미군이 있기 때문에 7초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이나 맥 마스터 안보보좌간이 직을 걸고 트럼프한테 ‘이러시면 안 됩니다. 주한미군이 우리 안보에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아세요’라고 했는데 다 잘렸다. 말이 안 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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