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 101' 시리즈 조작 의혹에 출신 가수들도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조작 의혹이 계속해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경찰은 12일 정례 기자간담회를 열고 "CJ ENM의 고위 관계자를 포함한 '프로듀스X101' 관련 입건자는 10여 명"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프로듀스X101' 출신 가수 또는 연습생들의 참고인 소환 조사도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구속된 안준영 PD가 '프로듀스 48'과 '프로듀스X101' 조작 의혹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 전해지며 두 시즌을 통해 데뷔한 아이즈원과 엑스원의 활동에 차질이 생겼다. 아이즈원은 11일로 예정된 컴백을 연기했고, 녹화를 마친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편집됐다. 엑스원 또한 예정된 행사 외의 일정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 같은 '프로듀스 101' 시리즈 조작 의혹의 후폭풍은 데뷔조 아이즈원과 엑스원에 그치지 않는다. '프로듀스 101' 시리즈를 통해 데뷔하거나 인지도를 얻은 가요계 신인들 또한 이번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프로듀스X101' 일부 탈락 연습생들도 참고인 조사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고, 이에 활동 시기 조율이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큰 쟁점 중 하나는 '프로듀스 101' 출신이라는 이름표 사용에 있다.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출연한 101명의 연습생 중 80% 가량이 데뷔에 성공했을 정도로 '프로듀스 101' 출신이라는 타이틀은 연습생들 사이에서 금수저로 통했다. 하지만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이미지 자체가 타격을 입은 지금은 계륵으로도 볼 수 있다.
실제로 지난 4일 이진혁의 솔로 데뷔 쇼케이스 당시 '프로듀스X101' 조작 의혹과 관련한 질문이 나왔고, 이에 MC 박지선은 "수사 중인 내용이라 답변할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대신 전했다. '프로듀스 101 시즌2' 데뷔조 워너원 출신 이대휘는 8일 웹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그 친구들이 열심히 한 노력까지 흐려지는 느낌이라 안타깝다.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CJ ENM이 구체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너무나 당연하게도 이진혁과 이대휘가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이와 관련해 한 가요 관계자는 "그동안 '프로듀스 101' 출신 신인들이 큰 관심을 받았던 건 아이오아이(I.O.I), 워너원, 아이즈원이 충분한 흥행을 거뒀기 때문이다. 그 화제성에 힘 입어 후속 주자들도 발빠르게 데뷔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프로듀스 101'의 이미지는 차치하고, 아이즈원과 엑스원의 활동 가능성도 속단할 수 없는 상황 아닌가. 이전 만큼의 동반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프로듀스 101' 출신이라는 게 힘을 가질 수 있을지에는 의문이 남는다. 더 지켜봐야 할 문제"라는 생각을 드러냈다.
앞서 '프로듀스 101' 시리즈 중 한 시즌에 소속 연습생을 출연시킨 또 다른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탈락 연습생들을 조작의 피해자, 또는 논란을 빗겨간 의문의 승자라고 바라보시는 분들이 많다. 두 이미지 모두 '프로듀스 101'의 의혹과 관련 있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누구도 1번으로 공식석상을 만들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논란으로 인해 '프로듀스 101' 출신 타이틀은 계륵이 돼버렸다. Mnet 측이 지난 5일 안준영 PD 등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직전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질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힌대로, '프로듀스 101' 시리즈 출신 신인들이 계륵을 좋은 쪽으로만 활용하려면 Mnet의 책임이 필요하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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