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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 허들을 넘어서] 독자적 플랫폼 기술로 바이오의약품 한계 뛰어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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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 허들을 넘어서] 독자적 플랫폼 기술로 바이오의약품 한계 뛰어넘다

입력
2019.11.13 04:40
수정
2019.11.13 17:4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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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한미약품의 랩스커버리

한미약품의 미국 협력사 스펙트럼은 지난달 바이오 신약 후보물질 ‘롤론티스’의 시판허가 신청 서류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작년 12월 신청 후 FDA의 자료 보완 요구에 따라 이번에 임상시험 데이터를 추가한 것이다. 조 터전 스펙트럼 사장은 “FDA가 롤론티스를 승인하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미약품이 개발해 2012년 스펙트럼에 수출한 롤론티스는 항암치료를 받다가 백혈구의 일종인 호중구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진 환자를 위한 약이다. 호중구가 줄어들면 병원균에 감염될 위험이 커진다. 미국에서 롤론티스가 허가를 받는다면 롤론티스에 적용된 한미약품의 독자적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가 세계 시장에서 인정을 받는다는 의미도 있다.

바이오의약품은 몸 속에 들어가면 빨리 분해되기 때문에 약효 지속 시간이 화학의약품보다 짧다. 그렇다고 무작정 용량을 늘리면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개 바이오의약품의 투약 횟수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랩스커버리는 바이오의약품의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기술이다. 특수 단백질을 약효 성분에 결합시켜 전체 약 분자 덩치를 키우는 것이다. 그러면 분해되는 양이 줄어들고 유효 성분이 체내에 오래 남아 투약 횟수나 용량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다국적제약사 사노피가 한미약품으로부터 도입한 바이오 신약 후보물질 ‘에페글레나타이드’에도 랩스커버리가 적용됐다. 랩스커버리는 여러 의약품에 적용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이기 때문에 이를 응용해 다수의 신약 후보물질을 도출할 수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6,400여명의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 5건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사노피는 임상시험을 2021년 상반기에 마무리하고 FDA 허가를 추진할 계획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상용화하면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는 환자들의 투약 횟수가 주 1회나 월 1회로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화성시 한미약품 연구센터에서 한 연구원이 신약개발에 필요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한미약품 제공
경기 화성시 한미약품 연구센터에서 한 연구원이 신약개발에 필요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한미약품 제공

‘오라스커버리’ 역시 한미약품의 독자적인 신약 개발 플랫폼이다. 주사용 항암제를 먹는 형태로 바꾸는 오라스커버리 기술은 경구용 항암 신약 후보물질 ‘오락솔’에 적용됐다. 2011년 미국 아테넥스에 수출된 오락솔은 지난달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연조직육종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다. 지난해 4월엔 FDA의 혈관육종 희귀의약품으로도 지정됐다. 연조직육종은 근육, 신경, 인대, 혈관 등의 연결조직에, 혈관육종은 혈관 내피에 생기는 악성 종양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매출의 19%인 1,929억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올해 3분기까지 R&D 누적 투자액이 1,544억원에 달한다. 권세창 한미약품 대표이사는 “30여개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 연구들이 진행 중”이라며 “지속적인 R&D 투자로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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