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합참의장ㆍ국방장관 13ㆍ14일 잇달아 입국… 한미 군사회의서 지소미아 논의 예고
미군 수뇌들이 13일부터 잇달아 한국을 찾는다. 14~15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연례 한미 군 수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한국 정부의 결정 철회가 없으면 미국이 한미일 삼각 안보 공조의 토대로 여기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이 조만간 종료될 상황이어서, 이번 회의를 계기로 미국의 대한(對韓) 지소미아 연장 압박 수위가 올라갈 전망이다.
12일 국방부에 따르면 14일 열리는 한미 군사위원회(MCM) 회의 참석을 위해 마크 밀리 미 합동참모의장과 그를 보좌하는 합참 주요 직위자, 필립 데이비슨 인도태평양사령관 등이 13일 서울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어 15일 열리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참석차 미 국방부의 마크 에스퍼 장관과 하이노 클링크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 슈라이버 인도ㆍ태평양 안보 차관보, 펜톤 국방장관 선임군사보좌관 등이 14일 방한한다.
이번 회의 의제는 한반도 안보 정세 평가와 연합 방위 태세 점검,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 대응 방안 및 정책 공조, 현재 양국이 추진 중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미래 안보 협력, 주한미군 기지 이전 및 반환 등 양국이 전통적으로 공유해온 안보 현안이다. 그러나 올해는 한일 지소미아가 핵심 의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 보복성 대한 수출 규제 강화 조치에 대한 대응 조치로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정부가 올 8월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일본 정부에 전달함에 따라 한일이 2016년 11월 23일 체결한 지소미아가 23일 0시를 기해 효력을 잃기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일 지소미아가 이번 회의 공식 의제는 아니지만 한미일 안보 협력 관련 논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거론될 듯하다”고 말했다.
미국이 원하는 건 지소미아 연장이다. 미 정부와 미군 인사들은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줄곧 우려를 표명하며 한국 정부를 압박해왔다. 조너선 호프먼 미 국방부 대변인이 지난주 브리핑에서 “다음주 우리가 한국에 있을 때 그것(지소미아)이 우리 대화의 일부가 되리라는 것을 장담할 수 있다”고 밝힌 데 이어 방한에 앞서 일본을 먼저 찾는 밀리 합참의장이 미국의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미 합참에 따르면 그는 일본으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한일 지소미아에 대해 “지역의 안보와 안정에 필수적”이라며 “한미일은 함께일 때, 어깨를 나란히 할 때 더 강력하다”고 말했다. 한일 사이가 틀어지면 북한과 중국만 좋다며 “우리는 동맹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마찰 지점들을 통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밀리 의장은 서울에서 진행되는 한미일 합참의장 화상 회의를 통해서도 3국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소미아를 거론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정부는 올 7월 단행된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조치가 철회되지 않는 한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바꾸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압박을 못 이겨 정부가 지소미아 연기를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되지만 정부는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지소미아 연기 검토를 해본 적이 없느냐는 질문에 “현재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미군 수뇌부는 방위비(주한미군 주둔비) 분담금 증액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도 거듭 설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위비 분담금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현안이다. 9월 시작된 내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에서 미국 측이 주한미군 가족용 시설비와 미군 한반도 순환 배치 비용, 한미 연합 군사 연습용 병력ㆍ장비 투입 비용 등이 포함된 49억달러(5조7,000억원) 상당의 방위비 분담을 한국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밀리 합참 의장이 이례적으로 방위비 분담 관련 언급을 하기도 했다. 11일(현지시간) 미 국방부에 따르면 밀리 의장은 일본으로 향하는 군용기에서 “보통의 미국인들은 전진 배치된 주한 및 주일 미군을 보면서 몇몇 근본적인 질문을 한다. 그들이 왜 거기에 필요한가? 얼마나 드는가? 부자 나라인 이들(한일)이 왜 스스로 방어할 수 없는가? 이건 전형적 미국인의 질문들”이라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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