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주변에 ‘깡패’가 많다. 연예인의 멋진 화보 사진을 보며 ‘분위기 깡패’, ‘비주얼 깡패’라고 하고, 인기 많은 가수가 새 음원을 발표하면 ‘음원 깡패’라는 말을 듣는다. 노래하는 목소리가 매우 매력적인 사람에게는 ‘음색 깡패’라 하고, 출연하는 프로그램마다 높은 시청률이 나오는 사람은 ‘시청률 깡패’라는 소리를 듣는다. 어쩌다 우연히 길거리에서 연예인을 만나게 되면 “그 사람 완전 실물 깡패야!”라는 말도 한다. ‘깡패’라고 해서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분위기가, 외모가, 음색이 훌륭한 사람들이 저런 ‘깡패 칭호’를 들을 수 있다.
“그 식당, 다른 건 별로여도 맛이 깡패야.”라는 말도 들린다. 다른 그 어떤 조건이나 부족한 점은 따질 필요도 없을 정도로 ‘맛이 최고’인 식당이라는 말이다. 이처럼 요즘 들어 ‘깡패’라는 말이 원래의 뜻을 넘어서 더 넓고 새로운 의미로 쓰이고 있는 듯하다. ‘깡패’는 원래 폭력을 쓰면서 행패를 부리고 못된 짓을 일삼는 무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지만, 앞에서 제시한 경우들은 외모나 능력 등이 다른 것에 비해 출중하게 좋을 때 쓰인 것들이다. ‘깡패’의 원래 의미에서 상대를 압도적인 힘으로 제압한다는 부분의 특징을 가져와 비유적으로 쓰고 있는 셈이다.
국어사전에서는 ‘깡패’가 영어의 ‘gang’이 변형된 형태에 ‘패거리’를 뜻하는 ‘패(牌)’가 붙어 만들어진 말이라 설명하고 있다. 어원을 통해서도 ‘깡패’는 원래 나쁜 짓을 많이 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랬던 ‘깡패’가 이렇게 엄청나게 출중한 능력을 가진 대상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다니, 말이라는 것은 역시 들여다볼만한 재미가 있다. 앞으로 사람들은 또 어떤 깡패들을 만들어낼까.
이유원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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