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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 진압 마지노선 무너진다... 2명에 3발 쏴, 복부 총상 1명 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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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 진압 마지노선 무너진다... 2명에 3발 쏴, 복부 총상 1명 위독

입력
2019.11.11 17:23
수정
2019.11.11 23:1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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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경찰 “어떤 무력 사용도 좋다”… 中 강경 주문에 총 빼들어 

복면을 쓴 시위 참가자(가운데)가 11일 홍콩 사이완호 대로변에서 경찰(왼쪽)이 쏜 총에 맞아 쓰러지고 있다. 큐피드프로듀서 로이터 연합뉴스
복면을 쓴 시위 참가자(가운데)가 11일 홍콩 사이완호 대로변에서 경찰(왼쪽)이 쏜 총에 맞아 쓰러지고 있다. 큐피드프로듀서 로이터 연합뉴스

홍콩 경찰이 11일 반정부 시위 참가자들에 실탄 3발을 발사, 한 명이 중태에 빠졌다. 시위자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낄 만큼 급박한 상황이 아닌데도 경찰은 주저 없이 총을 쐈고, 항의하는 시민들을 향해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며 무차별로 붙잡아갔다. 무장경찰을 피해 달아나다 건물에서 떨어진 대학생 차우츠록(周梓樂)이 지난 8일 숨진 데 이어 또다시 홍콩 당국이 과잉진압으로 시위대를 자극하면서 5개월을 넘어선 홍콩 사태는 끝없는 충돌양상으로 격화되고 있다.

이날 오전 7시20분쯤(현지시간) 홍콩섬 동쪽 사이완호(西灣河)에서 한 경찰이 도망가는 시위자를 뒤에서 붙잡아 몸싸움을 벌였다. 이때 다른 시위자가 다가오자 경찰은 그를 향해 한 발의 실탄을 쐈고, 이 시위자는 그대로 쓰러졌다. 그 사이 반대편에서 접근하는 또 다른 시위자를 향해 이번에는 두 발의 총성이 울렸다. 사방이 트인 도로 한복판에서 아무런 사전 경고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홍콩 시민들의 월요일 출근길은 아수라장이 됐다.

첫 번째 총격으로 복부에 총상을 입은 시위자 차우(周ㆍ21)씨는 병원으로 실려가 몸 속에 박힌 총알을 빼내기 위해 오른쪽 신장과 간 일부를 절제하는 긴급수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위독한 상태다. 경찰이 총을 쏘고 시민이 피를 흘리며 바닥에 나뒹구는 장면이 페이스북을 통해 고스란히 전 세계로 생중계되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이에 홍콩 경찰은 “다른 10여곳의 현장에서도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총을 겨눴지만 실제 발포하지 않았다”라며 “과격시위를 부추기려 일부러 총을 쐈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경찰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실탄 사격의 안전판이 풀리면서 홍콩 시위 진압의 마지노선이 무너질 참이다. 경찰이 살상무기를 사용하는 건 사실상 계엄에 해당하는 ‘준 전시상태’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날 주룽(九龍)반도 사틴(沙田)에서는 경찰 간부가 20여명의 경찰에게 “어떠한 무력을 사용해도 좋다”고 발언하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홍콩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지난 7월 말 리우(劉) 경장이 홍콩 사태 이후 처음으로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눌 때만 해도 경찰은 “시위대에 둘러싸인 생사의 기로에서 어쩔 수 없었다”며 저자세로 논란을 진화하는데 급급했다. 하지만 지난달 1일과 4일 각각 실탄을 발사해 시위 참가자 두 명이 크게 다치자, 당시 고등학생이 쇠막대기를 휘두르고 다수의 시위대가 경찰을 공격하는 등 위급한 상황이었다며 발포를 정당화했다. 급기야 이번에는 경찰의 신변에 큰 위협이 없는데도 법과 규정에 따라 총을 쐈다며 오히려 당당한 입장이다.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폭도들의 전술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폭력을 막기 위해 그에 맞춰 행동해야 한다”고 경찰을 옹호했다. 리우 경장도 웨이보에 “경찰이 발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며 “국제기준에 따라 정당하게 대응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홍콩 경찰이 이처럼 돌변한 것은 중국의 강경주문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5일 복면금지법 시행 이후 경찰은 시위대가 공격할 경우 방어 없이 바로 최루탄으로 맞대응하는 적극적 전술로 바꿨지만 실탄 사격은 가급적 자제했다.

하지만 중국이 지난달 31일 끝난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를 통해 “홍콩에 전면적 통제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달 4일 람 장관을 만나 “혼란과 폭력을 제압하고 질서를 회복하라”고 직접 지시하면서 홍콩 정부가 더 이상 밀릴 수 없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특히 당시 회동에 중국의 치안과 사법을 총괄하는 자오커즈(趙克志) 공안부장도 배석해 람 장관에게 무력진압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실탄 발사는 시위대를 짓누르려는 예고된 수순이었던 셈이다. 이에 맞춰 강경파인 크리스 탕 홍콩 경찰청 차장을 19일 청장으로 승진 기용할 것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친중 진영은 “탕 차장은 3만1,000명의 경찰을 이끌고 가차 없이 시위를 진압할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이라며 적극 지지하고 있다.

경찰의 강경대응이 이달 24일로 예정된 구의원 선거를 연기하려는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도 끊이지 않고 있다. 452명의 구의원을 선출하는데, 시위 열기에 힘입어 민주진영의 의석 과반 확보가 유력시되는 상황이다. 이들이 의회에 입성하면 제도권 내에서 정부의 정책에 제동을 걸뿐만 아니라, 홍콩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1,200명 선거인단 가운데 117명을 민주진영이 싹쓸이할 수 있어 중국이 홍콩을 통제하는데 애를 먹을 전망이다.

이처럼 옥죄는 상황에서도 시위대는 전날 10만여명(주최측 추산)이 집결한 데 이어, 11일 경찰의 총격에 항의하며 최소 25개 지하철역을 파손하고 곳곳의 주요 도로를 점거하는 등 반정부 시위를 이어갔다. 마안산(馬鞍山)의 육교에서는 중년 남성이 “너희들은 중국인이 아니다”라고 외치며 언성을 높이자 한 청년이 몸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여 전신에 2도 화상을 입었고, 차도를 막은 바리케이드를 치우던 트럭 운전사는 시위대에게 둘러싸여 폭행 당하는 등 곳곳에서 시민들간 물리적 충돌도 잇따랐다. 또 직장인과 학생, 자영업자들은 파업과 휴학, 불매 등 ‘3파’시위를 통해 정부를 향한 분노를 표출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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