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당식 갖고 합류… “존재하지 않는 존재, 이주민 위해 다시 정치 나서”
“저는 대한민국 사람입니다. 다만 여러분들과 한국 사람이 되는 과정이 달랐을 뿐입니다. 대한민국이 더 나아지길 바라는 그 마음은 여러분들과 똑같습니다.”
이자스민 전 의원의 말이다. 19대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비례대표를 지낸 이 전 의원이 11일 정의당에 합류했다. 그는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입당식에서 “보편적 기본권에 대해 말하고자 노력해왔지만, 그 말을 한 사람이 저라는 이유로 (취지가) 왜곡되는 일이 참 많았다”고 했다.
이 전 의원은 “과거 수많은 어려움 있었고 지난 4년 간 조금은 달라져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고운 시선과 댓글은 아직도 찾아보기 힘들다”며 “나이가 들어 (제가) 겁도 더 많아졌다”고 운을 뗐다. 참석자들의 환영 속에서도 그는 복잡미묘한 표정이었다.
이 전 의원은 “많은 걱정을 했고, 다시 이 험한 곳에 들어와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라는 걱정에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린다”며 “(과거 의정활동은) 현미경 속을 지나가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주민 출신 최초의 국회의원’으로서 일거수일투족이 관심과 비판의 대상이 됐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다시 정치에 나선 이유에 대해 이 전 의원은 “이주민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로, 이들의 기본권에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고 있다”며 “누군가는 해야 할 이 일을 제가 할 수 있도록 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당부했다.
이 전 의원은 ‘조용하지 않은 응원을 해 달라’는 담담하면서도 묵직한 당부를 덧붙였다. “조용히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 문자도 온다. 하지만 누군가를 응원한다면 조용히 하지 마시라. 누군가는 그 목소리의 힘을 얻고 담대한 미래를 만들고 있을 것이다. 큰 목소리로 응원하고 함께 행동해달라. 그래야 기울어진 세상의 균형을 제대로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큰 포옹으로 이자스민 전 의원을 맞이했다. 심 대표는 “19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마주 보는 자리에 앉았던 이 전 의원을 늘 응원해 왔다”며 “우리 750만 재외동포들이 차별 받지 않고 살아야 하듯, 이주민도 (한국에서) 차별 받지 않고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의원은 이날 정의당 이주민인권특별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가 거주지인 서울 서대문갑에 출마할 것이라는 설이 오르내리지만, 정의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출마 중 결정된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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