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구성원 릴레이 기고 <3>
여느 때보다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검찰과 언론, 수구 정치 세력의 연합은 이번 기회에 확실히 흔들려야 한다. 이른바 ‘조국 대전’에 던져진 적폐 척결 과제 중에는 교육 개혁의 과제도 있다. 조국 장관 딸의 입시 비리 의혹을 보도한 수많은 가짜뉴스는 많은 흙수저 청년들의 박탈감과 분노를 자극한 바 있다.
지난 10월 2일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유은혜 교육부장관이 학생부종합전형 진상 조사를 언급했지만 교육 대물림 해소는 요원하다. 입시 절차를 바꾼다고 해서 교육 불평등이 해소되지 않는 까닭은 대학이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대학은 1997년 ‘IMF체제’ 이후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편입된 이후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쳤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정부의 강제구조조정을 없애 자율적 구조조정을 권장한 긍정적 변화를 예고했지만, 실상은 정부가 대학을 시장에 맡겨버렸다는 부정적 평가가 지배적이다.
교육부는 지난 8월에 구조조정의 기준이 될 대학평가 계획(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 계획)을 발표했는데, 여러 대학 단체들은 지역 대학 죽이기라고 반발했다. 전국대학노조는 교육부의 계획대로라면 40%에 이르는 지방의 일반대와 전문대가 폐교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단적으로 대학평가 지표에서 학생 충원률이 두 배로 늘어난 게 문제다. 학생 충원에 큰 어려움이 없는 수도권 대학들은 정원을 줄일 필요가 없으니, 결국 정원 감축은 중소 규모의 대학, 지방 대학, 전문대학의 몫으로 고스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어차피 ‘인서울’ 해야 하지 않나 생각지는 마시라. 지방대의 몰락은 지방의 몰락을 가속화하며, 전문대가 타깃이 될 구조조정은 계급 격차를 공고히 한다. 서울 소재 대학이나 유명 사립대와 비교하면, 지방대와 전문대는 상대적으로 저소득층 진학 비율이 높다. 지방 대학들이 지방에 있어서 쪼그라드는 동안 서울의 대학들은 그 규모와 명맥을 넓혀왔다. 특히 서울의 명문대들은 공룡처럼 몸을 불리고 있다. 교육선진국과 비교할 때 비대한 학부생 수를 보유한 한국의 명문대들은 서울의 지리적 이점은 물론이고 그보다 큰 학벌 구조에 안착해 학부생 장사를 한다.
그래서 상식적으로 제시되는 대안은 연구 중심의 대학원 대학, 교육 중심의 학부 대학, 직업 교육 중심의 대학 세 갈래로 대학을 나누어 발전시키는 것이다. 지금처럼 명문대라도 학부생 장사만 하고, 대학원은 대학마다 설치되어 있고, 4년제 대학이 앞다투어 전문대학의 기능학과들을 벤치마킹하는 식이라면 학벌사회에서 일부 대학은 언제나 승자일 수밖에 없다.
입시 장사에 안착한 대학의 기형적 구조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입시제도에서 크고 작은 변화를 꾀한다 해도 학벌 체제를 건드리지 못한다. 전 국민의 관심사가 대학 입시에만 매몰되고 이후의 대학 교육을 따지지 않는다면 대학은 점점 망가진다.
권창규(인문학협동조합 ‘돈과 인문학’ 세미나 팀장)
(이 글은 본보 2019년 10월 10일자 11면에 실린 기고문의 원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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