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된 차량과 경미한 사고를 낸 뒤 자신의 연락처만 남겨놨더라도 사고 현장을 방치해 주변 교통에 방해가 됐다면 ‘뺑소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화물차 운전자 이모(53)씨 상고심에서 ‘사고 후 미조치’ 부분을 무죄로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2월 경기 용인시 이면도로에서 운전하다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은 뒤 현장을 떠났고, 그 다음 집으로 찾아온 경찰관의 음주 측정 요구에 응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사고 직후 운전할 처지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 자신의 차를 피해 차량 옆에 나란히 세워둔 뒤, 시동을 끄고 전화번호를 적은 메모지를 차 앞에 둔 채 귀가했다. 이렇게 차량을 내버려두는 바람에 교통에 지장을 받게 되자 신고를 받아 출동한 경찰은 차량들을 견인하게 했다.
1심은 “이씨가 사고를 내고도 차량을 현장에 그대로 뒀다”며 도로교통법 제148조(교통사고 후 조치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40시간을 선고했다. 2심은 이씨가 달리던 차가 아닌, 주차된 차에 부딪혔기 때문에 교통사고 발생 시 조치가 필요한 만큼 중요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판단, 사고 후 미조치 부분은 무죄라고 봤다.
대법원은 1심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이씨는 사고 뒤 현장을 떠날 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ㆍ제거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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