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5당 대표와 청와대 만찬 회동] 
 黃 “당정, 선거제 개혁안 밀어붙여”… 여야 4당 “한국당이 협상 외면” 
 조문 답례 차원에서 첫 관저서 식사… 막걸리 마시며 170분간 대화 나눠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저녁 여야 5당 정당대표(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를 청와대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10일 청와대 대통령 관저에서 열린 만찬 회동 자리는 여야 대표들 간 선거제 개혁법안을 두고 고성이 오갈 정도로 정치 현안에 대한 공방이 뜨거웠다. 회동은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 조치 대응 방안을 논의한 7월18일 이후 115일 만이다. 이날은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상에 조문 온 야당 대표들에 답례하는 성격으로 만들어진 자리라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될 것이란 당초 예상을 뒤집었다.

특히 뜨거운 논의 주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오른 선거제 개혁안이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심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패스트트랙 법안에 관심을 기울여달라”며 “선거제 개혁 문제가 (의원수 확대 등) 밥그릇 문제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정의당에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고 정의당 대변인인 김종대 의원이 전했다. 정 대표도 회동 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선거제 개혁안이) 한달 안에 결판이 나는데, 대통령께서 힘을 실어달라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여야정 상설 국정협의체를 발족하면서 여야가 선거제 개혁에 합의한 바 있다. 선거제 개혁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해온 사람은 나다. 국회가 협의해 처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 과정에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언성을 높이면서 분위기가 일순간 험악해지기도 했다고 한다. 황 대표가 “정부와 여당이 한국당과 협의 없이 선거제 개혁안을 일방적으로 밀어 붙였다. 문제가 있다”고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자, 나머지 여야 4당 대표들이 “한국당이 협상에 응하지 않은 것”이라고 되받아 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치협상회의 실무회의 등 논의를 할 수 있는 여러 단위가 있는데 한국당이 한번도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고, 황 대표가 강하게 유감을 표명했다고 한다. 손 대표가 황 대표를 향해 “정치를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나라를 좀 생각하라”고 지적하자, 황 대표가 다시 “그렇게라니요”라고 맞받아치면서 두 사람간 고성이 오고 갔다. 손 대표는 황 대표에게 "정치를 밀실야합해서 할 생각하지 말라"며 보수통합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분위기가 얼어붙자 문 대통령이 웃으며 양손을 드는 제스처를 취해 말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황 대표와 손 대표는 서로 “소리를 높여서 미안하다”는 취지로 사과한 뒤 대화를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회동에서 개헌과 관련해 “개헌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어서 그것이 총선 이후에 쟁점이 된다면 민의를 따르는 것 아니겠냐”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정 대표가 “문 대통령이 취임 초 선거제 개혁에 합의하면 분권형 개헌에 찬성하겠다고 국민과 약속했기에, 선거제 개혁을 앞두고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게 당연하다”고 말하자 뒤이어 나왔다. 문 대통령은 “개헌안을 냈다가 무색해진 일이 있기에 뭐라 말하기는 무엇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고 정 대표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했다.

선거제 개혁안을 두고 야당 대표들간 잠시 고성이 오간 것을 제외하곤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조문을 와준 데 각별한 사의를 전하고자 만찬 장소를 숙소인 청와대 관저로 정했다. 만찬은 반주가 곁들여 진행됐다. 식전주는 평택의 전통약주인 ‘천비향’, 만찬주는 정읍산 ‘송명섭 막걸리’가 준비됐고 “도자기로 된 병으로 서너병쯤 마신 것 같다”고 정 대표가 전했다. 식사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에 따른 소비 위축을 우려해 돼지갈비로 했다. 또 회동은 이례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비공개로 진행됐고, 청와대는 참석자를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외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만으로 제한했다. 청와대는 이번 자리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을 막기 위해 회동 후 통상 해왔던 주요 발언 소개도 생략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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