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명 래퍼 겸 프로듀서인 티아이가 10대 딸을 매년 정기적으로 산부인과에 데려가 처녀성 검사를 받게 한다고 말해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여성 성 경험 여부를 측정하는 의학적 테스트는 없고 처녀막 검사는 의학적으로 근거가 없는 미신이지만, 아직도 의사들에게 이를 요구하는 이들이 적지 않아 이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티아이는 최근 팟캐스트 ‘레이디스 라이크 어스’에서 출연해 대학 1학년인 18세 딸의 생일 다음날 산부인과에 데려가 처녀막 검사를 받은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당시 의사가 처녀막은 자전거를 타거나 승마 등 여러 활동으로 손상될 수 있다고 설명했으나 “내 딸은 말이나 자전거를 타지 않고 어떤 운동도 하지 않는다. 검사 결과만 알려 달라”고 말해 손상되지 않았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방송에서 말했다. 그는 딸이 16세 때부터 이런 진료를 받게 했다고 밝혔다. 방송 진행자들은 웃으면서 “딸이 집에 갇혀 지내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 같은 방송 내용이 나간 뒤 온라인에선 뭇매가 쏟아졌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젠 군터는 트위터에 “끔찍하다”면서 처녀막은 여성의 처녀성을 측정하는 방법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성 경험이 있는 10대 중 절반은 처녀막에 손상이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 가족계획연맹도 트위터에 “처녀성은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개념으로 처녀막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적었다. 라닛 미쇼리 조지타운대 가정의학 교수는 “첫 성 경험시 처녀막이 손상돼 피를 흘린다는 것 역시 또 다른 미신”이라며 “피가 나온다면 그것은 강요된 성 행위와 윤활액의 결여를 시사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처녀막 검사는 여성 신체에 대한 오해와 순결에 대한 철 지난 관념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산부인과 의사들이 여전히 이런 요구를 받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미국 내에선 이런 요구에 대해 의사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태다.
의학계나 인권 단체들은 처녀막 검사가 잘못된 편견과 성차별적 인식을 강화하기 때문에 이를 법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인권기구, 유엔여성위원회 등은 지난해 처녀성 검사가 적어도 20여개국에서 시행되고 있다면서 의학적으로 불필요하고 수치심과 정신적 트라우마를 주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WHO는 “처녀성이란 용어는 의학이나 과학적 용어가 아니다. 사회적 문화적 종교적 구성물로서 여성에 대한 성차별을 반영하고 있다”면서 어떤 환경에서도 시행돼선 안 된다고 권고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