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이 없으면 아쉬운 건 미국이다.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강행은 미국으로 하여금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깨닫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은 10일 본보 인터뷰에서 “우리가 일본과 지소미아를 체결한 건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서였는데, 미국이 우리에게 고맙다는 내용의 성명 하나 내준 적이 있냐”며 이렇게 말했다. 홍 실장은 “‘지소미아 파기는 북ㆍ중ㆍ러만 좋은 일’이라는 식 공개 압박은 동맹국에 대한 무례”라며 “한일 간 조약과 관련해 제3국이 왈가왈부하는 건 주권 국가에 대한 내정 간섭이라는 점을 정부가 미국에게 지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방위비(주한미군 주둔비) 분담금 대규모 증액 요구에 대해서도 “주둔 비용이 부담된다면 주한미군 감축을 감내할 수 있다는 의사를 미국에 피력할 필요가 있다”는 게 홍 실장의 조언이다. “그렇게 해야 한국의 대미 의존 성향에 기댄 그간 미국의 일방적인 행동이 자제되고 한미 동맹의 재정립 기회도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_지소미아 종료는 미국이 바라는 일이 아니다.
“한일 지소미아는 한국 입장에서 체결할 이유가 없었던 협정이다. 지금은 일본보다 우리가 북한 미사일 동향을 더 잘 안다. 사실상 중국 견제 용도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가 작동하게 하기 위해 미국이 우리에게 별 소용도 없는 걸 강요한 셈이다. 일본이 한국을 믿을 수 없는 나라라고 한 이상 우리를 불신하는 나라와 군사 비밀을 공유한다는 건 주권국으로 용납하기 어렵다. 일본이 무역 제재를 원상 복구하지 않는 이상 연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_미국과 맞서는 게 바람직한가.
“한일 지소미아가 사라지면 아쉬운 쪽은 미국이다. 동맹국인 미국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걸 비공식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자회견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거듭 압박하는 건 한미 동맹 기본 정신에 위배된다. 지금껏 미국은 너무 일방적이었다. 자국 이익을 보호하고 원하는 대로 한국이 일본을 돕는다면 감사 표시라도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일본과의 조약에 대해 미국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주권국 내정 간섭이기도 하다.”
_어떻게 해야 하나.
“종료 결정을 유지하면서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최선이다.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깨닫게 해야 한다. 정말 아쉬우면 미국이 일본을 설득할 것이다.”
_미국이 올해 금액의 5배가 넘는 방위비 분담금을 한국이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를 거론할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나온다.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럴 가능성이 있다. 무리한 인상안을 미국이 계속 고집한다면 현재 주한미군 규모인 2만8,500만명에서 1만명 정도는 줄어도 감수할 수 있다는 자세를 역으로 먼저 우리가 취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안보를 도와줘 고맙지만 비용에 부담을 느낀다면 주한미군 수를 1만8,000명 수준으로 감축하고 그 여력을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해도 받아들이겠다’는 역제안이 가능하다.”
_위험한 제안 아닌가.
“정작 철수의 파장을 감안할 경우 미국이 받을 수 있는 제안이 아니다. 중국 견제에 한반도만큼 좋은 주둔지가 없다. 더욱이 비싼 물가 등 탓에 본토 주둔이 한국 주둔보다 인건비 등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분석 결과도 있는 것으로 안다.”
정부도 이런 아이디어를 이미 검토하고 있으리라는 게 홍 실장 짐작이다. 그는 “이미 이런 방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문제는 용기”라며 “이런 제안이 현실화하면 미국은 내년 분담금은 일단 예년 수준으로 인상하고 1만명 철수는 고려해보겠다는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_북한이 핵무기를 갖기 일보 직전인데 핵도 없이 미국을 화나게 해도 되나.
“우리가 핵을 개발하지 않는 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으로서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키고 미국이 구축해 놓은 국제 질서를 존중하려는 의지에서다. 미국의 핵우산 지원은 사실상 의무인 셈이다. 한국의 자주적 태도는 올바른 한미 동맹을 만들기 위해 긴요할 뿐 아니라 남한의 외세 의존을 비난하는 북한에게 시위하는 효과가 있고 중ㆍ러와의 관계 개선에도 호재가 된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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