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촉발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 정국이 2라운드로 접어 들었다. TV 공개 청문회가 시작되면서 야당 민주당은 탄핵여론 조성을, 집권 공화당은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차기 대선을 1년도 채 남기지 않은 미 대선 구도에 중대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9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윌리엄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대행과 조지 켄트 국무부 유럽ㆍ유라시아 담당 부차관보가 13일 하원 증언대에 선다. 이어 15일에는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가 청문회에 나온다. 세 명 모두 비공개 증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이 우크라이나에 민주당 대선 후보인 바이든 전 부통령 수사를 압박하고 미국의 군사원조를 연계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내놓았다. 가령 테일러 대행은 “바이든 조사를 약속할 때까지 미국의 군사원조가 없으리란 점을 우크라이나가 이해했다”고 증언했다. 이런 내용을 공개 석상에서 재확인하면 트럼프가 원조를 대가로 대선 경쟁자 바이든 조사를 사실상 강요했다는 스캔들 의혹에 ‘쐐기’를 박을 수 있을 전망이다. 앞서 비공개 증언에서 트럼프에게 불리한 진술을 해 ‘애국자 논란’을 불러 왔던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 역시 공개 청문회에 나설 예정이다.
민주당은 이번 공개 청문회를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을 몰아냈던 1973년 ‘워터게이트 청문회’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당시 시청자 71%가 청문회 중계를 지켜보면서 정권 교체로 이어질 만큼 화제가 됐던 사안이다. 닉슨 대통령은 청문회 이후 “나는 사기꾼(Crook)이 아니다”고 주장했으나 상원의 탄핵 표결 직전 하야할 수밖에 없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청문회 자리에 출석할지도 관심거리다. AP통신에 따르면 볼턴 전 보좌관은 최근 백악관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새 저서 출간 계약을 맺은 상태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등에서 강경 입장을 주장하다 대통령과 충돌해 사실상 경질 당한 그가 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앞서 볼턴 측 변호사는 8일 의회에 서한을 보내 “(볼턴이) 증언에서 나오지 않은 많은 이벤트, 만남, 대화에 개인적으로 관여돼 있다”면서도 법원이 백악관의 반대를 무시해도 좋다는 판결을 내린다면 증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와 공화당 측은 소송과 녹취록 공개로 탄핵 조사의 부당성을 알리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는 이날 “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과 두 번째 통화 녹취록을 제공할 의향이 있다”면서 문제가 된 7월 녹취록 외에 4월 한 차례 더 통화 사실을 거론하며 불법 행위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탄핵 조사의 핵심 증인으로 꼽히는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도 미 하원이 발부한 청문회 소환장이 적절한지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연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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