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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서류 20장을 4분 만에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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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서류 20장을 4분 만에 평가했다?

입력
2019.11.11 04: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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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개 대학 ‘학종 평가 시간’ 분석 

 4곳선 10분 미만이 절반 넘어 

평가자의 서류평가 시스템 접속시간. 그래픽=박구원 기자
평가자의 서류평가 시스템 접속시간. 그래픽=박구원 기자

교육부가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예고한 특정감사에서 서류평가 시스템의 평가자 ‘접속시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계획이다. 최악의 경우 대학이 학생 개개인에 대한 평가 전에 고교 유형과 같은 자체 기준으로 학생을 걸러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10일 교육부 관계자는 “일부 평가자들은 지원자 1명에 대한 평균 평가시간이 4분대”라며 “고교 프로파일에 학교 실적이 상대적으로 적은 일반고는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사전에 걸러내지 않았나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최근 실시한 13개 대학 학종 실태조사에서 서류평가 시스템에 평가자가 접속한 시간을 파악해 지원자 1명의 평가시간을 간접 분석했다. 예를 들어 입학사정관 1명이 서류평가 시스템에 로그인 해서 로그아웃을 하기까지 총 30분 동안 지원자 10명을 평가했다면, 입학사정관 1명의 지원자 1명당 평균 평가시간은 3분이 된다. 서류평가시스템에 접속해 평가를 진행하는 대학만 분석하고 인쇄 출력물이나 USB로 평가를 진행한 대학은 제외해, 접속시간이 사실상 ‘평가시간’과 동일하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교육부가 접속 기록이 남아 있는 5개 대학을 분석한 결과 평가자의 평균 평가시간이 가장 짧은 곳은 8.66분이었다. 4개 대학에선 10분 미만으로 평가하는 평가자 비율이 절반이 넘었다. 심지어 지원자 서류를 5분 미만으로 평가한 입학사정관이 전체 평가자의 56%에 달한 대학도 있었다. 핵심 전형 자료인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만 A4용지 기준 대략 20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학 측의 부실 평가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류혜숙 교육부 학생부종합전형조사단 부단장도 지난 4일 브리핑에서 이를 근거로 “일부 대학에서는 평가가 부실하게 운영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대학들이 서류 평가 단계에서 특정 고교 출신 지원자를 우대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오래 전부터 나왔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학생 1명당 학생부가 20, 30장이 나오는데 물리적으로 다 볼 수 없단 얘기”라며 “대학들이 고교별 수능 성적이나 자대 합격자 수 등 계량화된 지표를 충분히 축적해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 우리교육연구소 소장은 “5분 미만을 본다는 것은 사실 안 본다는, 걸러냈다는 뜻 아니겠냐”며 “지원자가 워낙 많으니까 평가 대상자 선정이란 명분으로 상당수를 입학사정관에 서류를 넘기지도 않고 탈락시킨다는 의혹이 (대학) 밖에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번 학종 실태조사에서도 5개 대학이 서류평가 시스템에서 출신 고교별 지표를 안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고교의 경우 ‘고교 프로파일’을 통하면 모의고사 성적 분포 자료까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같이 지나치게 짧은 평가시간은 정성평가인 학종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학종의 도입 목적이 학생부 비교과 영역, 자기소개서 등에서 드러난 진로 적합성과 잠재 능력을 보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꼼꼼한 서류평가가 전제돼야 한다. 이현 소장은 “교육부가 최소 3명의 입학사정관이 충분한 시간을 들여 서류를 검토하도록 하는 등 평가 과정에서의 공정성 확보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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