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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보험금, 국내 은행에 맡기는 예보… “금고 도난 보상금, 금고에 넣은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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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보험금, 국내 은행에 맡기는 예보… “금고 도난 보상금, 금고에 넣은 셈”

입력
2019.11.12 04:4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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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보기금 운용 현황. 그래픽=김문중 기자
예보기금 운용 현황. 그래픽=김문중 기자

유사시 예금자들의 자산을 보호할 목적으로 마련된 예금보험기금(예보기금)의 절반 이상이 국내 은행에 예금 형태로 보관되고 있다. 예보기금으로 해외 자산을 매입할 법적 근거가 없는데다, 예금보험공사가 가급적 원금을 지키면서 언제든 뺄 수 있는 예금 형태를 선호하기 때문에 생긴 결과다.

하지만 예보기금은 국내 금융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예보가 예금을 대신 지급할 자금줄 역할을 한다. 예보기금 대부분이 국내 은행에 묶여 있는 건 마치 ‘도난 가능성이 있는 금고에 금고 도난 보상금을 보관하는 꼴’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행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예보는 예보기금으로 △국내 국공채 및 예금보험위원회(예보위)가 지정하는 유가증권을 매입하거나 △예보위가 지정하는 금융사에 예치하는 방법 등으로 운용할 수 있다.

예보기금은 예보가 예금자보호 대상 금융사(부보금융사)들로부터 걷은 예금보험료로 조성된다. 만약 부보금융사가 영업정지를 당하거나 파산해 예금 지급이 어렵게 되면 예보는 예보기금을 통해 개인에게 금융사 별로 1인당 최대 5,000만원까지 예금을 보장해 준다. 2010년 약 5조원 규모였던 예보기금은 올해 11조4,594억원(8월 기준)으로 10년 새 2배 이상 덩치가 커졌다.

하지만 예보기금의 58%(8월 기준) 가량은 현재 국내 시중은행에 예치돼 있다. 나머지는 주로 국내 채권 형태로 보유 중이다. 예보법에 자산 형태 별 비율 한도가 명시돼 있는 건 아니지만, 예보가 상당 비중을 예금으로 보유하는 이유는 원금손실 위험을 차단하고 유동성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런데 만약 금융위기 등 이유로 은행의 건전성이 악화될 경우 예보기금의 안정성도 덩달아 훼손될 우려가 있다. 위험 관리 차원에서 예보기금은 여러 은행에 분산돼 맡겨져 있긴 해도 특정 은행의 부실은 다른 은행으로도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본 대안은 아니다. 이런 문제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은행 예금 비율을 지금보다 대폭 낮추고, 안정성이 뛰어난 다른 자산으로 기금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보다 신용도가 높은 선진국 국채가 대표적인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영국ㆍ프랑스ㆍ독일 등은 예보기금의 미 국채 매입을 허용하고 있다. 홍콩의 경우 전체 예보기금의 4분의 1을 미 국채에 투자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년 만기 미 국채는 부실위험이 거의 없고 유동성이 풍부해 대안으로 적합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예보는 제도개선 필요성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예보기금으로 해외국채를 매입하려면 예보기금 운용계획을 심의하는 예보위나, 금융위원회가 별도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로선 해외자산을 매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은행 예금으로 운용하는 데 큰 문제가 없어 시급한 해결과제는 아니지만, 내년에 예보 제도 전반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개선 필요성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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