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ㆍ설치ㆍ사진 작가 5인 집중 조명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서 내달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중견 작가들을 조명한 ‘세종 카운터 웨이브 전’이 내달 15일까지 열린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제공

‘작가로서 다시 꽃을 피우는, 제2의 개화기를 준비하는 시기.’ 작품 활동을 한 지 어느 새 30년, 서양화가 제여란(59) 작가는 중견의 한복판에 선 지금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러니 작가로서 중진의 시기는 청년의 시절보다 더 농밀한 욕망이 이글거리는 때일는지 모른다. “청년기를 무사히 혹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넘어 아직도 현역으로 서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 작품에서 더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고 싶은 미래를 향한 욕망이 있지요.”

그러나 생활인으로서 맞닥뜨리는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설치미술 작업을 해온 이탈(52) 작가는 “중진으로 일컬어지는 40대 중반부터는 생계라는 삶의 무게 또한 무시 못하는 시기”라며 “더불어 작품 세계를 더 진취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강박에 위기를 겪곤 한다”고 말했다.

한 문장으로 표현하기 힘든 중견의 시기, 작가라면 누구나 직면하게 되지만 이 시점에 접어든 작가들을 조명하는 전시는 많지 않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세종미술관)이 평면, 입체, 영상 등 중견 작가 5인의 작품 40여점을 선보이는 ‘세종 카운터 웨이브-내재된 힘’ 전시를 기획한 이유다.

장환 세종미술관 전시팀 책임큐레이터는 “국ㆍ공립 미술관을 대상으로 살펴보면, 청년 작가 대상 공모나 전시, 지원 프로그램에 비해 중견 작가의 그것은 4분의 1 수준”이라며 “지원 제도나 전시가 청년 작가들에 치중된 건 한국 미술계의 맹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에 미술계의 중추인 중견 작가들을 조명하는 건 의미가 있다”며 “20년 이상 화업을 지속해오면서 치열한 창작열을 보여온 40대 중반부터 50대 후반의 작가 5인을 조명했다”고 기획 취지를 설명했다.

제여란 작가의 회화 ‘어디든, 어디도 아닌’(182x227㎝, 캔버스에 유채)과 이탈 작가의 설치 미술 ‘인간의 분류는 신을 처형한 이후에 가능하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제공

전시에는 제여란ㆍ이민혁ㆍ샌정ㆍ이탈ㆍ이경호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전시 기획, 평론, 학계 인사로 꾸려진 세종미술관 자문위원과 운영위원회의 추천으로 선정됐다.

제여란 작가는 붓이 아닌 스퀴지(종이에 물감을 밀어내는 도구)로 풍부한 질감을 빚어내는 강렬한 회화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서양화의 이민혁(47) 작가는 “속필의 붓질과 여러 겹의 색채, 속도감 있는 흐름과 에너지로 충만한 화면을 통해 사회의 풍경을 형상화하고자 하는”(박영택 미술평론가) 회화를 내놨다. 샌정(56) 작가는 흐릿한 여백에 유색의 선과 도형을 배치한 개성 있는 회화 작품을 선보인다. 자신의 몸을 찍은 영상과 거품을 활용한 설치미술로 인간의 실재를 곱씹게 하는 이탈 작가의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이경호(52) 작가는 환경오염의 주범인 비닐 봉지를 세계 곳곳에서 날리며 찍은 사진으로 놀이와 유희, 환경과 생태, 탈주와 자유를 생각하게 한다.

작가들은 세종미술관이 ‘중견 작가 전’으로 부제를 붙인 이번 전시 제안을 모두 반가워 했다고 한다. 화업 25년째에 접어든 이탈 작가는 “비슷한 시대, 시기를 관통하고 나처럼 아직 현장을 지키는 동료 작가들이 있다는 안도와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제여란 작가도 “예술가들은 더 예민한 촉수로 시대를 관통하는 이들”이라며 “중진의 시기에 접어든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한 자리에 모은다는 취지에 흔쾌히 동의했다”고 전했다.

전시는 다음달 15일까지 세종미술관 2관에서 열린다. 관람료는 성인 4,000원, 초ㆍ중ㆍ고 학생과 군인 2,000원, 미취학 아동 1,000원이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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