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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소년이 온다’ 한국ㆍ폴란드 무대로 올린 두 연출, 얼굴 맞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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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소년이 온다’ 한국ㆍ폴란드 무대로 올린 두 연출, 얼굴 맞대

입력
2019.11.11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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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에서 소설 ‘소년이 온다’를 원작으로 하는 두 연극 ‘휴먼푸가’와 ‘더 보이 이즈 커밍’의 배요섭(왼쪽 두 번째) 연출가, 마르친 비에슈호프스키(맨 오른쪽) 연출가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신지후 기자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에서 소설 ‘소년이 온다’를 원작으로 하는 두 연극 ‘휴먼푸가’와 ‘더 보이 이즈 커밍’의 배요섭(왼쪽 두 번째) 연출가, 마르친 비에슈호프스키(맨 오른쪽) 연출가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신지후 기자

“한강 작가의 ‘휴먼 액츠’(‘소년이 온다’의 영문판 제목)를 읽기 전까진 5ㆍ18 광주 학살에 대해, 심지어는 광주라는 도시에 대해서도 모르는 상태였죠. 하지만 책을 거듭 읽어 가면서 느꼈어요. 한국이라는 먼 나라와 저의 DNA가 상당히 닮아 있다는 사실을요.”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되는 연극 ‘휴먼 푸가’의 무대. 관객과의 대화에 나선 배요섭 연출가와 배우들이 모인 이곳에 폴란드 연출가 마르친 비에슈호프스키가 함께 자리했다. 마르친 연출가는 지난달 폴란드 남부 크라쿠프의 스타리 국립극장에 ‘소년이 온다’를 원작으로 한 연극 ‘더 보이 이즈 커밍(The boy is coming)’을 올린 인물. 5ㆍ18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극이 유럽에서 현지 연극인에 의해 제작된 건 처음이었다. ‘휴먼 푸가’ 역시 한강 작가가 국내에선 유일하게 연극화를 허락해 ‘소년이 온다’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에서 소설 ‘소년이 온다’를 원작으로 한 폴란드 연극 ‘더 보이 이즈 커밍’의 연출가 마르친 비에슈호프스키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신지후 기자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술센터에서 소설 ‘소년이 온다’를 원작으로 한 폴란드 연극 ‘더 보이 이즈 커밍’의 연출가 마르친 비에슈호프스키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신지후 기자

마르친 연출가가 ‘소년이 온다’를 작품화한 건 학살 경험이 있는 폴란드의 비극이 광주에 비쳐 보여서다. 그는 “1918년 폴란드가 독립하고 이듬해 한국이 해방됐으며, 1980년 한국에선 광주 대학살이, 1981년 폴란드에선 계엄령이 선포되는 등 한국과 폴란드가 역사적으로도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작품으로 만들어보자는 확신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설을 세 번째 읽었을 때쯤 한강 작가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 소설의 연극화를 승인 받았다고 한다.

‘휴먼 푸가’와 ‘더 보이…’가 5ㆍ18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루는 방법은 완전히 다르다. ‘휴먼 푸가’가 소설의 텍스트를 그대로 살리되 배우의 다양한 몸짓과 여러 오브제 사용으로 관객에게 이미지를 전달한다면, ‘더 보이…’는 소설 속 일화를 그대로 재연하는 방식이다. 배 연출가는 “소설 속 단어와 문장을 그대로 사용하지만 학살의 경험은 증언이나 재연이 불가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배우들이 직접 찾은 몸짓과 유리병이나 밀가루 같은 오브제를 통해 얘기하려고 한 것”이라고 했다. 마르친 연출가는 폴란드 관객들에게 더욱 친숙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1막에선 ‘소년이 온다’ 속 이야기를, 2막은 이를 폴란드 실정과 연관시켜 재구성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형식을 택했다.

다만 작품을 대하는 두 연출가의 감정과 메시지는 놀랍도록 닮아있다. 배 연출가는 “개인의 고통과 사회의 고통이 만나는 지점을 많이 고민하게 하는 작품”이라고 했고, 마르친 연출가는 “개인의 아픔이 사회적 고통으로 번지지 않도록 우리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연극을 통해 많은 질문을 던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히 마르친 연출가는 “폴란드에선 현재 정치적으로 극심한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소년이 온다’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 일종의 경고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두 작품은 5ㆍ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내년 5월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함께 올려진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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