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2 부천FC가 ‘신구조화’를 앞세워 극적으로 준플레이오프(준PO)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 달 전만 해도 8위까지 처지며 1부리그 진출은 언감생심이었지만, 젊은 선수들과 고참 선수들이 어우러져 기적 같은 5연승을 써 내려간 끝에 승격 희망의 끈을 붙잡았다.
부천은 9일 경기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19 시즌 최종전에서 수원FC에 2-1 승리를 거두고 K리그2 4위를 확정했다. 31라운드까지 하위권에 밀려있던 부천은 승점 51점을 따내 이날 전남 드래곤즈에 1-2로 패한 안산 그리너스(50점)를 기어코 제치고 준PO 진출권을 품에 안았다.
부천 감독과 선수들, 관계자가 꼽은 5연승의 비결은 화기애애한 팀 내 분위기였다. 10월 초반만 해도 9승9무13패(승점 36점)로 10팀 중 8위였던 부천이었지만 송선호 감독은 욕심을 부리는 대신 선수단의 화합을 강조했다. 고참 선수들과 20대 초반 선수들이 허물 없이 지내면서 눈 앞의 한 경기와 승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성과보다는 화합을 중시하는 송 감독의 전략은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적은 지난달 5일 시작됐다. 상위권을 질주하던 안양을 상대로 두 골을 먼저 뽑아내며 원정에서 2-1 승리를 거뒀다. 분위기를 탄 부천은 전남전까지 승리하며 2연승을 거뒀다.
지난달 27일 34라운드 아산전에서는 소나기 골을 퍼부으며 3-0 대승을 거뒀다. 국태정(24)의 프리킥 골이 신구조화가 드러난 대표적 장면이었다. 아직 프로 데뷔 득점이 없던 국태정이었지만 선배들은 폼이 좋았던 그에게 프리킥 기회를 양보했고, 국태정은 보란 듯이 멋진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뒤흔들었다.
준PO 진출을 결정지었던 마지막 수원FC전에서는 후배가 돕고, 선배가 마무리하는 극적인 장면이 나왔다. 국태정의 왼발 코너킥을 ‘캡틴’ 박건(29)이 헤딩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여기에 5연승 기간 중 닐손 주니어(30)가 결승골 2회 포함 3골을 퍼부으며 힘을 더했다.
송 감독은 “선수들의 절심함과 단합이 만들어 낸 결과”라며 “노장 선수들이 단합을 이끌어서 다잡은 마음이 5연승을 이끌어 냈다"고 말했다. 부천 관계자는 “훈련 때부터 시합 중에도 선수단 분위기가 좋다”며 “감독님이 평소에도 선수단의 화합을 가장 강조하신다”고 귀띔했다. 이어 “마지막 수원FC전 때 원정 응원단이 100명 넘게 오셨는데, 선수들과 소통하며 함께 기뻐했다”고 전했다.
부천은 정규리그에서 3위를 확정한 FC안양(승점 55)과 23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PO 진출을 놓고 단판 대결을 펼친다. 준PO가 무승부로 끝나면 순위가 높은 안양이 PO 진출권을 가져간다. 준PO 승자는 30일 2위 부산 아이파크와 역시 단판 승부로 PO를 치른다. 부천은 상대전적에서 안양에 2승2무로 앞서지만, 단판인 만큼 ‘하던 대로’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는 각오다.
한편 올해를 끝으로 K3리그(3부리그)로 통합돼 사라지는 내셔널리그에선 강릉시청이 마지막 우승팀이 됐다. 승점 61점으로 리그 1위를 일찌감치 확정 지은 강릉시청은 챔피언결정전 1ㆍ2차전 1승1무로 경주 한수원을 꺾고 2009년 이후 10년 만에 2회 우승을 달성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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