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P 톱100 중 최연소 선수… 3살 때 라켓 처음 잡아
1년 만에 랭킹 400계단 이상 상승… 결승서 ‘우승후보’ 드 미노에 3-0 완승
와일드카드의 반란이다. 2017년 정현(23ㆍ한국체대ㆍ131위), 2018년 스테파노스 치치파스(21ㆍ그리스ㆍ6위)에 이은 2019년 차세대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최고 루키는 고작 18살의 야닉 시너(이탈리아ㆍ95위)였다.
시너는 10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넥젠 ATP 파이널 결승전에서 알렉스 드 미노(20ㆍ호주ㆍ18위)를 3-0(4-2 4-1 4-2)로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다. 개최국 와일드카드로 참가 자격을 얻은 시너는 최고의 신인을 가리는 넥젠 파이널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우승까지 거머쥐며 반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이번 대회 최연소 참가자 시너는 자신보다 2살 많은 형들을 차례차례 잡고 생애 가장 큰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시너는 자신의 역대 상금(27만4,470달러ㆍ약 3억1,700만원)을 훨씬 뛰어넘는 우승상금 37만,2000달러(약 4억3,000만원)까지 챙겼다.
애초 이번 대회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는 드 미노였다. 지난해 넥젠 파이널 준우승자 드 미노는 자국 출신의 레전드 레이튼 휴잇(38ㆍ은퇴)의 지도를 받으며 실력이 급성장했다. 올해에만 투어 타이틀 3개를 따내며 넥젠 파이널에 다시 한 번 도전장을 내밀었다. 경쟁자였던 데니스 샤포발로프(20ㆍ캐나다ㆍ15위)마저 피로 누적으로 불참을 선언하면서 다수의 전문가들이 드 미노의 무난한 우승을 점쳤다.
하지만 드 미노도 떠오르는 신성 시너를 막을 수 없었다. 현재 ATP 투어 톱100 선수 중 가장 어린 선수인 시너는 3살 때 처음 라켓을 잡았다. 그는 노박 조코비치(32ㆍ세르비아ㆍ2위)를 가르치기도 했던 명코치 리카르도 피아티의 지도를 받으며 어릴 적부터 재능을 꽃피웠다. 지난 2월 베르가모 대회에서는 이탈리아 선수로는 최연소로 챌린저 우승을 차지하며 최고의 기대주로 손꼽혔다. 올해에만 챌린저 2회 우승에, ATP 투어 인테르나치오날리 BNL 디탈리아에선 첫 마스터스 승리를 따내며 500위권이었던 세계랭킹을 100위 이내까지 400계단 이상 끌어올렸다.
조별리그를 2승1패로 가볍게 통과한 시너는 준결승에서 ‘제2의 조코비치’라 불리는 미오미르 케크마노비치(20ㆍ세르비아ㆍ60위)를 만났다. 시너는 첫 세트를 내줬지만 내리 세 세트를 따내며 케크마노비치를 4-1(2-4 4-1 4-2 4-2)로 제압하고 결승에 올랐다.
시너는 결승전에서도 신예답지 않은 노련함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시너는 9번의 브레이크 포인트를 모두 방어해내는 동시에, 3번의 브레이크에 성공하며 드 미노를 무너뜨렸다. 드 미노가 “야닉이 너무 잘했다”고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시너는 “무슨 말로 이 기쁨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믿을 수 없는 한 주였다”며 “와일드카드로 운 좋게 이번 대회에 참가했는데, 내년에 다시 한 번 이 무대에 서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시너의 우승에 이탈리아 테니스계도 함박 웃음을 지었다. 파비오 포니니(32ㆍ12위), 마테오 베레티니(23ㆍ8위)에 시너마저 두각을 나타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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