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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바뀐 공정위 판단… 유료방송 M&A 2건 모두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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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바뀐 공정위 판단… 유료방송 M&A 2건 모두 승인

입력
2019.11.10 12:10
수정
2019.11.10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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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공정거래조정원에서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방송통신사업자의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공정거래조정원에서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방송통신사업자의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이동통신사와 케이블TV 사업자간 대형 인수합병(M&A)인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과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모두 승인했다. M&A를 허가하는 대신 조건을 내걸 것으로 예상됐던 교차판매 금지 규정도 풀었다.

정부는 앞서 2016년 이번 M&A 당사자가 포함된 SK브로드밴드-CJ헬로(당시 CJ헬로비전) 합병을 불승인한 바 있다. 비슷한 사안에 대해 당국의 판단이 3년 만에 바뀐 이유를 두고 디지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방송ㆍ통신 시장에 국내 기업들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적 여지를 넓혀주려는 취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8일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에서 브리핑을 열고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의 기업결합 건을 각각 심사한 결과, 기업 결합을 승인하되 경쟁제한 우려를 차단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보호하기 위한 시정조치 부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LG유플러스는 CJ ENM으로부터 CJ헬로 지분 50%+1주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 3월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이어 SK텔레콤도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태광그룹 소유 티브로드의 합병 계약을 체결한 뒤 5월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유료방송시장 경쟁상황 변화.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유료방송시장 경쟁상황 변화.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공정위, 8개월 심사 끝 ‘모두 승인’

공정위는 배영수 시장구조개선정책관을 심사관으로 하는 심사전담팀을 구성해 심사를 진행했다. 공교롭게도 배 정책관은 2016년 SK브로드밴드-CJ헬로 합병 불허 당시에도 심사팀을 이끌었다. 공정위는 두 차례 전원회의 끝에 LG유플러스가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한 시점 기준 8개월 만에 두 건의 M&A를 모두 승인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는 각각의 기업결합마다 기존 케이블TV 사업자의 사업영역인 23개 방송구역의 점유율을 따져 합병 효과를 판단했다. 심사 대상인 시장은 디지털 케이블TV와 8VSB(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변환하는 방식)으로 각각 나눠서 분석했다.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에서는 디지털 케이블TV 시장 11개 방송구역에서 경쟁제한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으며,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는 디지털 케이블TV 시장에서 경쟁제한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8VSB 시장에서는 두 건의 M&A 모두 경쟁제한성은 있지만 합병을 불허할 수준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공정위는 이번 M&A를 승인하면서 두 회사에 향후 3년간 지켜야 할 5가지 시정조치를 내걸었다. 우선 케이블TV 수신료를 물가상승률을 초과해 인상할 수 없고, 기존 8VSB(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중간 형태) 케이블TV 가입자의 보호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케이블TV의 채널 수, 소비자 선호 채널을 임의로 줄여서는 안되고, 기존 가입자들의 저가형 상품 전환ㆍ계약 연장을 거절하거나 고가형 방송 상품으로 전환할 것을 강요해서도 안된다. 8VSB 케이블TV 가입자들의 디지털 전환을 강요할 수도 없다. 시정조치는 3년간 유효하지만, 1년이 지나 시장 상황이 바뀌면 사업자들이 조치안 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 조건으로 내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교차판매 금지’는 빠졌다. SK브로드밴드에서는 티브로드 상품을 팔지 못하고 티브로드 대리점에서는 SK브로드밴드 상품을 팔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인데, 두 회사의 유통망 통합을 통한 효율성 증대, 소비자 편익 등을 고려해 제외했다는 설명이다. 조 위원장은 “가격 인상을 막고, 채널 숫자ㆍ종류 축소를 금지하는 등의 부가적 조치안이 있기 때문에 교차판매를 금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M&A 당사자인 기업들이 유통망을 공유하는 것이 소비자 편익 관점에도 부정적이지 않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번 기업결합과 SK-CJ헬로 합병 차이.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이번 기업결합과 SK-CJ헬로 합병 차이.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3년 전과 판단 달라진 이유

앞서 공정위는 2016년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의 결합을 불허한 바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3년 사이 방송 시장의 환경이 급속히 변했고 앞으로도 빠르게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공정거래위원장 시절인 지난 1월 인터뷰를 통해 “SK텔레콤-CJ헬로가 지금 기업결합 승인 심사를 받는다면 조금 더 전향적인 자세로 판단하겠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가장 크게 바뀐 점은 시장 획정이다. 2016년에는 전체 유료방송 시장(디지털, 8VSB, 아날로그)을 하나로 본 뒤 각 방송구역별로 평가했지만 이번에는 디지털, 8VSB 시장을 각각 평가하고, 아날로그 케이블TV는 심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각 사업자들이 아날로그 케이블TV 서비스를 종료하는 추세이고, 이미 2017년부터 IPTV 가입자 수가 SO 가입자 수를 넘어섰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2016년에는 CJ헬로가 진출해 있던 23개 유료방송 시장 중 16개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고, 점유율 1위 지역도 21개나 됐다. 1위 지역의 평균 점유율은 60.1%에 달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인정된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 심사에서도 티브로드가 진출한 23개 방송구역 중 경쟁제한성이 추정되는 지역은 11개, 점유율 1위 지역은 17개였으며, 1위 지역의 평균 점유율도 46.1%로 3년 전보다 경쟁제한성이 낮아졌다.

CJ헬로의 사업 중 하나인 알뜰폰 시장에 미칠 영향도 당시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2016년에는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과 4위 사업자인 CJ헬로가 합병할 경우 결합기업의 시장점유율이 47.7%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3위(LG유플러스), 4위(CJ헬로)의 기업결합 이후에도 점유율이 21.9%에 불과했다.

조 위원장은 “유료방송 시장 구조가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됐다는 점이 공정위 판단 변화의 가장 큰 근거”라며 “시장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쟁제한성을 이유로 기업결합을 불승인하는 것보다는 다른 조치를 통해서 경쟁제한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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