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비확산 회의 참석, 美 태도 변화 촉구… “대화 위한 대화 의미 없어” 
조철수(가운데) 북한 외무성 국장이 지난 5일 ‘모스크바 비확산회의-2019’ 참석을 위해 러시아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 도착해 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조철수 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이 미국을 향해 “기회의 창이 닫혀가고 있다”며 올해 안에 전향적 결정을 내리라고 촉구했다.

조 국장은 8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모스크바 비확산회의-2019(MNC-2019)’ 한반도 세션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마친 뒤, 참관자들과의 문답 과정에서 이같이 밝혔다. 먼저 ‘한반도 문제 해결ㆍ대화 유지의 긍정적인 추진력을 유지하고 싶다면 가장 긴급한 과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우리(북한) 측에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의지를 보여주고자 최선을 다해 왔으나, (이 문제는) 일방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제했다. 그리고는 “동일한 수준에서 미국 측의 응답이 있어야 하며, 그래야만 우리도 신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 국장은 “우리는 (미국 측에) 말한 것들을 행동으로 증명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며 “물론 양국 간 견해차가 있으므로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우리가 이미 미국에 올해 말까지 시간을 줬기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줬고, 올해 말까지 어떤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며 “우리는 모든 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전되길 기대하고 있으나, ‘기회의 창’은 매일 조금씩 닫혀 가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북미 관계 개선과 체제 안전 보장, 제재 완화 등 북한의 요구 사항에 대한 미국 측의 성의 있는 조치를 거듭 촉구한 셈이다.

조 국장은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우리의 입장에 변함이 없으나, 가장 중요한 점은 (대화가) 열매를 맺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대화를 위한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못 박았다. 그는 “우리는 이미 미국 측에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면서 “물론 (미국 측의)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신호가 있다면 우리는 언제든 만날 준비가 돼 있지만, 그저 대화뿐이고 어떤 유형의 결과도 가져오지 못할 대화라면 우리는 그런 대화에 관심이 없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내년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도전이 실패할 경우의 북미 협상 전망에 대해 조 국장은 “미국의 국내 문제이므로 앞서 나가고 싶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하지만 지금까지 북미 관계는 양국 정상의 사적 관계에 기반해 지탱되어 왔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대한 기대감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질의응답에 앞서 이뤄진 기조 발표에서 조 국장은 “만약 미국이 자신의 반북(反北) 적대 정책들 철회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온갖 수작을 부린다면, 그것은 가장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반도 문제의 향후 진전은 온전히 미국의 선택에 달렸다”고도 강조했다.

MNC는 원자력 에너지와 핵 비확산 문제 연구를 주로 하는 모스크바의 독립연구소 ‘에너지ㆍ안보센터’가 2~3년마다 개최하는 행사다. 비확산 분야 민ㆍ관ㆍ학계 인사가 모이는 ‘반관반민’ 성격으로, 올해엔 40여개국에서 300명 이상이 참가했다. 이번 MNC에는 북한에서 조 국장, 미국에서 마크 램버트 국무부 대북특사, 한국에선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이 참가해 북미 또는 남북 정부 인사 간 회동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날까지 실질적 접촉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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