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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슈퍼스타 PD’의 몰락

입력
2019.11.08 18:00
수정
2019.11.08 18:1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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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 X101'의 최종 결과 발표 장면. Mnet 방송화면 캡처
'프로듀스 X101'의 최종 결과 발표 장면. Mnet 방송화면 캡처

2010년 10월 22일 많은 국민이 TV 앞에 모였다. 케이블 채널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2’ 최종회를 보기 위해서였다. 마지막 무대에 오른 두 사람은 출신 배경 등 모든 면에서 달랐다. 중졸에 환풍기 수리공이었던 허각은 인간 승리의 표본처럼 여겨지며 대중의 지지를 받았다. 경쟁자 존박은 미국 유명 대학에서 공부했다는 이력 등에 환호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두 사람은 노래로만 승부했고, 시청자의 선택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 결과는 허각의 우승. 실력과 공정함을 내세운 오디션 프로그램의 매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 지상파 방송은 시도하기 힘든 기획력을 바탕으로 한 ‘슈퍼스타 K’는 방송가에 큰 변화를 이끌었다. 방송계 변방으로 여겨지던 케이블 채널이 주류 미디어로 부상하는 계기가 됐다. Mnet 등을 보유한 CJ E&M(CJ ENM의 전신)은 방송가 신흥 권력으로 떠올랐다. 지상파 방송은 ‘슈퍼스타 K’를 벤치마킹해 ‘위대한 탄생’(MBC) 등 유사 프로그램 만들기에 나섰지만, 지상파 방송의 굴욕이란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지상파 방송이 안일한 발상으로 일관하다 케이블 채널에 크게 당했다는 분석도 따랐다.

□ ‘슈퍼스타 K’는 해를 거듭하면서 인기가 시들더니 결국 2016년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Mnet은 같은 해 아이돌 연습생들을 대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시리즈를 선보였다. 실력은 있지만 데뷔 기회를 잡지 못한 여러 기획사 연습생을 경쟁시켜 선발한 후 한시적 그룹으로 활동시키겠다는 취지를 담았다. 시청자가 유료 투표에 참여해 ‘국민 프로듀서’가 돼 달라며 호객 행위도 확실히 했다. 오디션, 신인 발굴, 공정성, 유료 투표 등 ‘슈퍼스타 K’와 ‘프로듀스’는 쌍둥이처럼 닮았다.

□ ‘프로듀스’의 김용범 CP와 안준영 PD가 유료 투표 조작 혐의로 지난 5일 구속됐다. 두 사람은 ‘슈퍼스타 K2’ 때부터 함께 일한 스타 PD로 오디션 프로그램 전성기를 일궜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지상파 방송 PD가 연예인의 출연을 대가로 뒷돈을 받거나 접대를 받아 사회 문제가 되곤 했다. ‘프로듀스’의 경우는 시청자들의 주머니(유료 투표 건당 100원)까지 털면서 부정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더 악성이다.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다는데, 방송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라제기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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