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공익법인 사회서비스원이 출범 6개월째 법적 근거 없이 운영되자 정부가 고민 끝에 고육책을 꺼냈다. 국회의 사회서비스법 제정안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더 시간을 끌면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기존 사회복지사업법의 시행규칙을 개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다만 정부는 사업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사회서비스법 제정을 위한 노력도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사회서비스원은 현재 민간이 위탁운영하는 대다수 국공립 사회복지시설의 운영권을 정부 산하기관이 맡아 서비스의 공공성을 높이고 모범모델을 개발할 목적으로 지난 4월 서울 등 광역 지자체 4곳에서 설립된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그러나 사회서비스원에 국공립 사회복지시설을 우선위탁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사회서비스법안이 지난해 5월 발의된 이후 아직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행법상 지자체 산하 국공립 사회복지시설을 위탁운영하려면 반드시 운영자 공모에 참가해야 하는데, 신생 사회서비스원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기반을 닦은 민간 사회복지법인 등과의 경쟁에서 이기기란 쉽지 않기 떄문이다. 사회서비스원이 공모에서 탈락하거나 참가를 기피하면서, 지난달 10일을 기준으로 올해 운영목표(41곳) 대비 운영시설은 21곳(51%)에 그치는 상황이다.
이번 시행규칙 개정은 입법 없이도 사회서비스원이 국공립 사회복지시설을 우선위탁 받을 수 있도록 일종의 우회로를 만드는 작업이다. 8일 보건복지부는 요양원 등 국공립 사회복지시설을 국가ㆍ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비영리법인에 위탁해 운영할 경우, 운영자 공개모집을 거치지 않도록 허용하는 사회복지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시행규칙은 국무회의 의결만으로 효력을 발휘한다.
시행규칙 개정으로 사회서비스원 운영에 활로가 트이겠지만, 자칫 ‘시행규칙이 개정되었으니 제정법 통과는 미루자’는 논리로 입법 반대 근거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는 남는다. 국회에 계류 중인 사회서비스법안(남인순 더불어민주당의원 발의)에는 우선위탁 조항뿐만 아니라 사회서비스원 지원기관 설립 근거 등 사업에 관한 포괄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시행규칙 개정 시 노인이나 장애인 관련 사회복지시설 등의 공모에 참여하지 않아도 되지만, 어린이집 위탁운영은 영유아보육법 관할 사안이라서 사회복지사업법 시행규칙 개정만으로는 우선위탁이 불가능하다. 임혜성 복지부 서비스자원과장은 “(입법 이전 시행규칙 개정을 두고)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지만 현장의 어려움을 먼저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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