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나포 北주민 추방 사건 전말은]
당국 “선미 한 명, 선수 한 명이 올라오는 선원들 후두부 가격해”
해군 퇴거조치에도 선박 南으로… 특전요원 진입, 삼척항으로 인양
정경두 “특수정보 통해 도주 인지”… 야당 “살해방식 납득 안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하던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해상에서 살인 사건을 저지르고 도피하다 우리 해군에 나포된 후 북한으로 강제 추방당한 북한 선원 사건은 선장의 가혹 행위로 인해 우발적으로 시작됐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설명이다.

7일 정부 당국이 밝힌 사건 전말에 따르면 이번에 송환된 선원 2명을 태운 선박은 17톤규모로, 총 19명이 승선해 있었다. 오징어 조업 과정에서 선장의 잇따른 가혹행위에 불만을 품은 이들은 동료 선원 C씨를 끌어들여 10월 말쯤 선장을 살해했다. 또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동료 선원 15명도 살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신은 모두 바다에 유기했다고 한다.

살해 직후 이들 3명은 ‘인적이 드문 자강도에 숨어 살자’는 것에 합의하고 10월 말 김책항에 입항했다. 포획한 오징어를 팔아 도피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먼저 하선한 C씨가 당국에 체포되자 나머지 2명은 즉각 배를 돌려 다시 해상으로 도주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들이 탄 선박은 10월 31일 오전 10시 13분경 북방한계선(NLL) 남쪽 10여㎞ 지점에서 초계 비행중인 P-3(대잠 초계기)에 의해 최초 발견됐다. 즉각 해군은 해당 선박을 NLL 이북으로 퇴거 조치했다. 하지만 선박은 다음 날 새벽 NLL을 재차 넘어왔다. 해군의 경고 사격에도 계속 남하하며 도주를 시도했다고 한다. 결국 11월 2일 오전 해군 특전요원들이 선박에 직접 진입, 이들을 제압하고 해당 선박을 삼척항으로 데리고 왔다.

북한 주민 2명 판문점 통해 추방 과정. 그래픽=신동준 기자

일각에선 16명을 살해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우리 정부가 파악했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SI(Special Intelligence·특수정보)를 통해 북한 주민 2명이 10여명을 살해하고 해상을 통해 도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 해상경계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SI는 북한의 유무선 교신을 도ㆍ감청하는 방식으로 얻은 정보를 의미한다.

이와 함께 ‘선원 3명이 어떻게 16명을 살해할 수 있었느냐’하는 의문도 여전하다.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장은 이날 국정원으로부터 비공개 현안 보고를 받은 뒤 기자들에게 “선미에 한 명, 선수에 한 명이 자리 잡고 차례차례 갑판에 올라오는 선원들의 후두부를 가격하는 방식으로 살해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도끼와 망치를 범행 도구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정현 무소속 의원은 “16명이 살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이냐”며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가 북송 사실을 은폐하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송환 소식은 이날 국회에 출석한 청와대 관계자의 휴대폰 메시지가 한 언론의 카메라에 포착되며 처음 알려졌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브리핑을 열고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민을 상대로 중대한 안보 사건을 속이려고 하다 우연히 밝혀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범죄 혐의자라고 해도 본인 의사에 반해 송환하는 것이 합당한 결정인지 따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송환 이후 관련 내용을 알리고자 사전에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진 때문에 공개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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