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 추진’ 논란부터 ‘졸속 체결’ 비난까지 
 미, 종료 철회 전방위 압박…“잠정 보류하나” 관측도 
강경화(오른쪽) 외교부 장관이 8월 1일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양자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방콕=연합뉴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지소미아가 다시 한ㆍ미ㆍ일 3국 관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미국이 종료 결정 철회를 위해 정부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8일 “일단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철회된다는 전제 하에서 우리가 재고할 수 있다는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철회되지 않는 이상 종료 결정을 고수하겠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일단은 되풀이한 것입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일본에서는 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한일 간 대화를 촉구하는 보도가 연달아 나오는 상황입니다. “한일 지소미아를 유지하도록 외교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 마이니치 신문의 6일자 사설 내용 중 일부입니다. 지소미아 유지 필요성을 강조한 셈인데요, 마이니치는 “국내 여론을 우선시해 서로 접근하지 않고 이대로 지소미아가 실효되는 사태를 피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과연 일본만 그랬을까요. 마음이 급해진 것은 당사자 일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미국도 바빠지긴 마찬가지입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외교부 강경화 장관과 조세영 차관을 예방했습니다. 물론 이 자리에서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압박으로 느껴질 만한 발언을 하지는 않았다고 알려졌습니다. 다만 “지소미아는 미국과 일본, 한국에 모두 유익하다”며 종료 결정을 재고하기를 원한다는 미국 정부의 기본 입장을 거듭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 국방부도 나섰습니다. 마크 애스퍼 국방부 장관은 14일 한국을 찾을 예정입니다. 지소미아 종료일을 열흘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입니다. 정례 회의 참석 차 방한이긴 하나 논의 의제에 지소미아 문제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으니 지소미아 연장 압박을 해올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지소미아가 그렇게 중요한가? 

지소미아가 대체 뭐길래 미ㆍ일 모두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거냐고요? 지소미아는 한국과 일본이 군사 기밀을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협정입니다. 양국의 1급 비밀을 제외한 모든 군사 정보를 직접 공유하는 틀인데, 한국은 주로 북ㆍ중 접경 지역 인적 정보를 통해 확보한 북한 관련 정보를 일본에 공유하고, 일본은 첩보위성이나 이지스함 등에서 확보한 정보 자산을 한국에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지난달 2일 발사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관련된 정보를 일본과 공유한 것도 지소미아의 일환이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북한이 지난달 2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했다고 지난달 3일 보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에 공개된 북극성-3형 발사 모습. 연합뉴스

그만큼 지소미아는 한반도 주변국 안보와도 밀접하게 관련돼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웃 국가인 일본은 물론 한ㆍ일 양국을 모두 핵심 우방국으로 두고 있는 미국이 민감하게 받아들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3개국은 공동의 역내 안보 관련 도전은 물론 인도ㆍ태평양, 세계의 주요 문제에 함께 직면해있다. 미국은 한일 양국 모두의 동맹이자 친구로서 한미일 세 나라가 상호관계와 3자 관계를 강화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 어느 미 국무부 관계자의 발언이라 하는데요, 미국은 동북아 역내 안보에 있어 한ㆍ미ㆍ일 3각 공조를 중시하는 만큼 ‘강 건너 불구경’하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소미아가 한반도 안보와 관련이 있긴 하지만, 실효성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한국과 일본은 지소미아 체결 이후 올해까지 약 30차례 정보를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적으로 그다지 많은 수준은 아닙니다. 그나마도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이 고조된 2017년과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재개한 올해 상반기에 집중됐다고 합니다. 주로 한국이 정보를 제공했다고 하니 우리로선 군사 측면에서 그리 급할 건 없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국과 일본이 지소미아 체결 이전에도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을 활용해 간접적으로 군사 정보를 공유해 왔다는 점도 지소미아 실효성 논란에 불을 지피는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지소미아, 처음부터 문제였다고? 

맞습니다. 지소미아는 한시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체결에 이르기까지 참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굴곡진 역사는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89년 노태우 정부 때부터 지소미아 체결을 추진했지만 일본과의 특수한 관계 때문에 진전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지소미아가 본격적으로 이슈화한 것은 이명박 정부 때입니다. 2010년 10월 일본 외무상이 체결을 제안하면서였죠. 이때부터 지소미아 체결 여부를 공론화했다면 참 좋았겠죠? 그러나 당시 정부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이듬해 1월 한일 국방장관회담을 통한 실무 협의를 기점으로 물밑 논의만 진행했습니다. 반발 여론에도 2012년 6월 26일 국무회의에서 즉석 안건으로 상정해 지소미아를 비공개 처리하면서 ‘밀실 추진’ 논란에 불을 지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요? 결과는 불 보듯 뻔했습니다. 논란은 점차 커졌고, 결국 서명 직전에 체결을 연기해야 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 외교 불통ㆍ실패 사례로 꼽히기도 했죠.

조용하던 지소미아 논란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2016년 2월 당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국회에서 “지소미아 체결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이후 실무협의와 가서명,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상정 등이 일사천리로 진행돼 ‘졸속 체결’ 비난이 일었습니다. 정부는 그해 10월 27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협정 체결 논의를 재개하기로 했고, 27일 만인 11월 23일에 한 장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지소미아에 최종 서명했습니다. 이때도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아베 규탄 시민행동 관계자들이 8월 22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파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쩌다 폐기 위기에 놓였지? 

시작은 일본이었습니다. 일본은 지난 8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ㆍ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배제하는 등 한국 대법원 일제 강제 징용 배상 판결 보복에 나섰죠. 정부도 가만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대응 조치로 지소미아 재검토 카드를 꺼내든 것입니다. 강 장관은 당시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에게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 이유로 안보상의 이유를 들고 있는 만큼 한국도 한일 안보 틀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소미아 폐기는 사실 예상을 뒤엎은 결정이었습니다. 청와대가 공식 발표하기 전까진 전략적 이익의 관점에서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우세했습니다. 한ㆍ미ㆍ일 3각 공조 틀을 유지해야 하는 미국의 압박도 상당했죠.

하지만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8월 22일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소미아 종료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함으로써 양국 간 안보협력환경에 중대한 변화가 초래됐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이 발표 이후 한ㆍ미ㆍ일 3국에선 지소미아가 핫 이슈였습니다. 국내에선 지소미아 폐기를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는가 하면 보수 성향 변호사단체 등은 지소미아 종료가 국민 생명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까지 냈습니다. 물론 헌재는 최근 “침해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리긴 했지만요. 미국은 여러 당국자들이 나서 압박하고 있습니다. 마크 내퍼 미 국무부 한국ㆍ일본 담당 동아태 부차관보도 9월 우리나라를 찾아 “한일 관계가 나빠지는 상황이 우려된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번복되길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죠.

 
 ◇우여곡절 겪은 지소미아의 운명은? 
 

돌이켜보니 지소미아는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일본과 2016년 11월 23일에 체결했으니 실제 종료 시점은 이번 달 23일 0시가 됩니다.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는 6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실효 결정을 철회하도록 계속 설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데요.

최근에는 양국이 해법을 찾을 때까지 잠정적으로 종료일을 미루거나 협정을 연장하되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명시적으로 끝날 때까지 정보 제공은 중단하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한국이 줄곧 완강한 반응을 보이자 ‘종료 잠정 연기’라는 새로운 절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김용찬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8일 한국일보 통화에서 “지소미아는 경제 보복을 둘러싼 일본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로 쓰이지만, 미국과도 관련돼 있어 미ㆍ일과의 관계를 고려하며 풀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당장 어떤 입장을 취하기보다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일본의 반응이나 미국의 압박 등에 따라 지소미아 종료를 잠정 보류하는 형태로 나아갈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결정의 시간 23일은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여곡절이 참 많았던 지소미아, 이대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까요? 아니면 극적으로 부활하게 될까요?

 ☞여기서 잠깐 
 지소미아, 이미 8월에 종료된 것 아니었나요? 

아닙니다. 지소미아는 유효 기간이 체결일(2016년 11월 23일)을 기준으로 1년씩 연장돼 왔습니다. 다만, 기한 만료 90일 전에 양국 중 어느 쪽이라도 협정 종료 의사를 통보하게 될 경우 연장 되지 않는 방식입니다. 이에 우리나라는 그 시기에 맞춰 8월에 협정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통보한 것일 뿐, 실제 그 시점에 협정이 종료된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지소미아가 종료되는 시점은 23일 0시부터입니다. 이날이 되기 전까지는 지소미아는 효력을 유지하게 됩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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