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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아는 엄마 기자] 백일해 예방 접종 깜빡해선 안 되는 까닭

입력
2019.11.09 13: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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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병 급증… 3년새 700여건이나 늘어 

아이 친구 엄마들과의 커피 모임에 갔다가 백일해 추가 예방접종 할 때가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초등학교 졸업 전까진 주기적으로 아이의 예방접종 일정을 확인해야 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질병관리본부의 예방접종도우미 사이트에 접속해 아이가 맞은 예방접종 내역을 조회해봤다. 아니나 다를까 백일해와 일본뇌염 추가 접종이 남아 있었다. 아이를 데리고 동네 병원을 찾아 정확한 접종 일정을 상의하고 달력에 기록해 놓았다.

아이를 키우면서 놓치기 쉬운 것 중 하나가 바로 예방접종이다. 꼭 맞아야 하는 국가예방접종만 해도 10가지나 되는 데다 백신마다 접종 일정도 달라 헷갈리기 일쑤다. 가장 골치 아픈 게 백일해 예방접종이다. 대부분의 국가예방접종은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2, 3회 맞는 일정이다. 하지만 백일해 접종은 성인이 되기 전 총 6번이나 맞아야 하고, 각 회차별 백신 종류도 조금씩 다르다.

백일해 예방접종은 디프테리아, 파상풍과 함께 이뤄진다. 이들 3가지 항원을 한꺼번에 넣은 백신을 맞는 것이다. 백신 접종으로 이들 항원을 만난 체내 면역체계는 진짜 병원균이 침입했을 때 대응할 수 있는 항체를 만들어놓는다. 그런데 디프테리아ㆍ파상풍ㆍ백일해 예방접종은 관련 백신이 5가지(DTaP, Tdap, Td, DTaP-IPV, DTaP-IPV/Hib)나 된다. 병원에서 접종 일정마다 아이에게 이 중 어떤 종류, 어떤 회사 제품을 맞혔는지를 부모가 확인해놓을 필요가 있다.

DTaP, Tdap, Td의 각 알파벳은 병명을 뜻한다. D는 디프테리아, T는 파상풍, P는 백일해 항원이 들어 있다는 얘기다. P 앞에 붙어 있는 a는 백일해 세균의 세포 일부를 정제해 만든 항원이라는 의미다. 세포를 통째로 넣은 항원(wP)과 구별하기 위한 표시로, 과거 wP 백신 접종 뒤 이상반응 보고가 늘었다는 사실이 국제학계에 알려진 이후 국내에선 aP 백신만 접종하고 있다. IPV는 소아마비 바이러스, Hib는 뇌수막염이나 폐렴을 일으키는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뜻한다. DTaP-IPV에는 총 4가지, DTaP-IPV/Hib에는 5가지 항원이 들어 있는 것이다.

생후 2, 4, 6개월에 각각 실시하는 1, 2, 3차 접종 때는 DTaP, DTaP-IPV, DTaP-IPV/Hib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단 DTaP를 선택한 경우엔 IPV와 Hib 백신은 별도로 맞아야 한다. 또 의료계는 3차까지는 같은 제조사의 백신을 접종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DTaP를 서로 다른 제조사 제품으로 접종한 임상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4차 접종 시기인 생후 15~18개월에는 DTaP, 5차인 만 4~6세엔 DTaP 또는 DTaP/IPV를 접종한다. 5차에 DTaP를 선택했다면 IPV는 추가로 맞는다. 4차 이후부턴 서로 다른 제조사의 백신을 맞아도 괜찮다. 만 11~12세 6차 접종 땐 Tdap이나 Td로 바꿔 접종한다. 영ㆍ유아 시기보다 면역력이 높아진 것을 감안해 DTaP보다 디프테리아와 백일해 항원 용량이 적은 Tdap를 맞히는 것이다.

의료계는 최근 백일해 발병 양상에 주목하고 있다. 선진국에서조차 2010년대 들어 환자 증가세가 확연해지고 있어서다. 다국적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된 우리나라 백일해 발병 건수는 2010년 18건, 2012년 230건, 2015년 205건에서 지난해엔 951건으로 뛰었다. 1987년의 808명보다도 많다. 이유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의견이 갈린다. 검사기법이 발달해 과거엔 몰랐던 환자를 더 많이 찾아냈다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면역력 지속 기간이 짧은 백일해 예방접종의 특성과 성인의 낮은 백신 접종률이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시각도 있다.

백일해에 자연적으로 걸려서 생긴 면역력은 3.5~12년 지속되지만, 예방접종으로 얻은 면역력은 5~6년이면 거의 사라진다. 그래서 어른이 돼서도 Tdap이나 Td 백신을 10년에 한번씩 맞아야 한다는 전문가들도 많다. 국내 성인의 백일해 백신 접종률은 7.3%에 불과하다. 특히 DTaP가 보급되지 않았던 1958년 이전 출생자는 백일해 항체가 거의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맞벌이 부모 대신 아이를 돌보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백일해 예방접종 이력을 확인해봐야 하는 이유다.

독감 바이러스 감염자 1명은 1.5~2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데, 백일해는 1명이 12~17명에게 전파한다. 2012년 전남, 2015년 창원, 2018년 부산 등지에서 백일해가 유행했다는 사실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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