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진화의 가장 큰 특징인 직립 보행의 기원이 정설로 여겨졌던 600만년 전보다 500만년 이상 앞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가 아닌 유럽의 인류와 유인원의 공통된 조상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고인류학자인 마델라이네 뵈메 독일 튀빙겐대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독일 바이에른주 화석 매장지로, 뮌헨에서 70㎞ 떨어진 해머슈미데에서 발굴된 유인원 화석을 분석한 보고서를 6일(현지시간) 발간된 과학전문매체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 화석이 약 1,160만년 전의 생명체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간 최초의 직립 보행 유인원의 역사는 케냐와 그리스 크레타섬 등지에서 발견된 600만년 전 화석 기록으로 설명해 왔다.
연구팀은 해머슈미데에서 발굴된 1만 5,000여점의 화석 중 ‘다누비우스 구겐모시’로 명명된 고대 원숭이 화석 37점을 찾아냈다. 두 마리의 암컷과 한 마리의 수컷, 새끼의 넓적다리(대퇴부)와 정강이, 아래팔(하박부), 척추, 손, 발 등의 뼈가 포함돼 있다. 다 자란 개체는 약 1m의 키, 31㎏의 몸무게로, 보노보 침팬지 골격과 비슷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특히 연구팀은 척추와 다리 뼈 화석을 통해 다누비우스 구겐모시 원숭이가 직립 보행을 한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척추 뼈 형태가 길고 유연한 허리를 갖고 있었음을 보여 준다”라며 “이는 현대인이 상체 무게를 엉덩이 위로 당겨 직립 보행하는 동안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주는 특징”이라고 전했다. 다누비우스 구겐모시가 인류처럼 서 있는 동안 몸통을 똑바로 세울 수 있게 ‘S자’ 모양의 척추를 지녔다는 것이다. 뵈메 교수는 “놀랍게도 특정 뼈가 유인원이 아닌 인간과 매우 유사했다”고 말했다.
뵈메 교수는 “기존 인류 진화에 대한 시각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연구 결과”라고 AP통신에 밝혔다. 하지만 반론도 제기된다. 뉴욕 자연사박물관의 고인류학자 세르지오 알메시자는 “원숭이의 뼈 모양을 연구하는 것만으로 움직임을 추론하기는 어렵다”고 네이처에 밝혔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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