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맞추려 자격기준ㆍ배점 변경까지
지역조합 채용 비리 23건 확인
게티이미지뱅크

A지역 농협조합은 지난 1월 영업지원 계약직으로 현직 직원 자녀 1명을 채용했다. 혼자 지원해 유효경쟁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지만 재공고는 없었다. 지난해 7월엔 채용계획을 외부에 전혀 알리지 않고 임원 지인의 자녀를 계약직으로 뽑았다. 두 사람은 올해 6월 정규직 전환이 용이한 일반계약직으로 다시 채용됐다. 조합은 이 과정에서 내부 직원들에게만 채용공고를 냈고, 두 사람이 채용 조건을 맞추지 못하자 기존의 자격 기준과 배점을 변경하기도 했다.

B지역 수협조합은 2016년 6월 계약직 직원 채용을 공고하면서 이전과 달리 응시가능 연령을 만 35세 미만에서 30세 미만으로 조정했다. 임원 조카를 채용하기 위해 응시가능 인원을 줄이려는 ‘꼼수’였고 그 덕에 당사자는 최종 합격했다. 이듬해 또 다른 임원 조카를 뽑을 땐 반대로 서류심사 합격자 배수를 기존 3배에서 4배로 임의조정했다. 점 찍어둔 응시자를 채용하기 좋게 채용 규정을 멋대로 주무른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산림청은 지난 4월부터 전국 609개 지역조합(농축협 500, 수협 47, 산림조합 62)의 최근 5년간 채용과정을 점검한 결과, 이 같은 내용의 채용비리 혐의 23건을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채용절차를 준수하지 않거나 절차를 생략한 중대 절차 위반 사례는 156건, 단순 실수에 따른 기준 위반 사례는 861건이었다. 정부는 채용비리 혐의가 발견된 15개 조합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고, 중대 절차를 위반한 110개 조합에는 관련자 징계 및 문책을 요구하기로 했다. 이번 조사로 수사 또는 징계 대상에 포함된 현직 임직원은 301명에 달한다.

조사 결과 지역조합 채용과정은 그야말로 주먹구구식이었다. 한 축협조합은 채용공고를 자체 홈페이지에만 올리고 접수기간을 단 하루로 제한하는 수법으로 관련 지자체 직원 자녀 2명을 뽑았다. 필기시험 성적 우수자는 떨어뜨리면서 임원과 출신지역이 같은 응시자를 다수 합격시키거나, 미리 정한 응시자에 맞춰 맞춤형 채용공고를 낸 비리행위도 적발됐다. 중대 절차를 위반한 156건에는 국가유공자에게 가점을 주지 않아 합격자가 뒤바뀌는 사례 등이 포함됐다.

정부는 지역조합에서 자체 채용하고 있는 정규직을 모두 중앙회에서 채용하고, 지역조합 채용 시 중앙회의 규정을 따르도록 의무화하는 등 비리 근절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조사 관계자는 “채용정보를 적어도 3군데 이상 게시하도록 하고, 직군별 공고기간을 임의적으로 축소하지 못하게 해 채용 기회의 공정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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